무라카미 하루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원작
村上春樹, 『意味がなければスイングはない』, 文春文庫, 2008. (초판 2005.)
중학생이 되던 열 세살 때부터 음반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는 1949년생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Art Blakey Jazz Messengers의 일본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비치 보이스의 Surfing USA를 들으며 ‘충격’을 받았던 1963년”을 유독 특별하게 기억한다.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 ‘음반력’의 (力이든 歷이든) 시작점인 셈이다. 아울러 1966년에는 음반 애호가 대상의 (일본 최초라는) 오디오 전문잡지 “스테레오 사운드ステレオサウンド”가 창간되는데, 이처럼 일본의 1960년대는 (하루키 개인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일상적’으로 음반 문화를 소비하고 누릴 수 있게 된 환경이 본격적으로 마련된 시기이기도 했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라는 제목의 음악 에세이집은, 지난 2003년 봄호부터 2005년 여름호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로 같은 잡지(스테레오 사운드)에 연재했던 열 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당시 이 잡지의 편집장 오노데라 코지(小野寺弘滋)는 “계간지인만큼 마감이나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오디오와 크게 관계없이 '순수하게' 음악만을 다루는 글을 마음껏 써도 좋다”며 연재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음반’은 결국 재생 기기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매체인만큼, 하루키의 에세이를 오디오와 별개의 범주에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하루키는 연재를 수락하면서 "원고료는 얼마든 괜찮으니, 이제부터 나의 오디오 시스템을 관리해 주면 좋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고 한다.
오노데라는 1989년 '스테레오 사운드 주식회사'에 입사해 1998년부터 10년 이상 이곳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편집장을 지낸 이른바 '오디오기기 전문가'이다. 2021년 와세다 대학에 개관한 국제문학관(일명 하루키 라이브러리村上春樹ライブラリー)의 오디오룸 설계시 기기 선정과 설치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과거 하루키가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 1942-2014)와 협업한 에세이집(日出る国の工場, 1987)에 수록된 <테크닉스CD공장> 취재기 집필 당시로 거슬러 간다. 당시 동행했던 오디오 평론가 후우 노부유키(傅信幸, 1951-)가 (하루키가 애호하던) JBL스피커에 정통한 인물로 오노데라를 소개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키의 음반 수집과 감상을 둘러싼 다수의 에피소드와 에세이들을 접하게 되면서, 특유의 60년대 위주의 LP집착이나, 유독 연주자(특히 클래식 피아니스트)에 대한 무책임?하고 까다로운 감상비평의 연속이 미묘하게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시대에 형성된 이와 같은 음악(또는 음반) 청취 태도의 배경이랄까, 맥락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기도 한다. 또한 60년대의 일본 소도시에 거주하던 중학생 하루키를 '재즈'에 빠지게 만든, 당시 일본 재즈 업계의 규모에 대해서도 알게 될수록 놀랍다.
(70년대 시더 월튼이 "미국에서는 재즈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일본 투어를 계기로 세계적 수준의 힘을 갖고 있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는 기록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