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라는 이름의 미국식 음악사

1960년 출간된 ‘그라우트 음악사’ 초판과 그 이후

by yoonshun

Donald J. Grout,

"A History of Western Music", 1960.


마치 브랜드처럼 ‘그라우트 서양음악사’라고 불리며 오랫동안 교과서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이 책은 1960년 미국 코넬대 음대 교수였던 도널드 그라우트(1902-1987)의 저작이다. 일찍이 오페라의 역사(A Short History of Opera, 1947)를 집필했던 그는 서양음악사를 기본적으로 음악양식(musical style)의 역사로 접근하고 있다.


그라우트 사후에는 예일대 교수였던 음악이론사 전공의 클로드 팰리스카(1921-2001)가 주요 집필을 담당했고, 2005년에 출간된 7판부터는 인디애나 음대의 피터 버크홀더(1954-) 교수가 대표저자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 이후 가장 최근인 2019년에 출간된 10번째 에디션까지는 세 사람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초판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예술음악(art music)'에 관해서만 논의한 것을 이 책의 한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재즈에 대한 설명도 고작 한 두 문장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후의 개정판들에는 점차 음악의 범주를 (특히 미국 대중음악 영역으로) 확장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도 여러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일 수 있겠으나, 초판 출간 이후 반세기 이상 지나도록 본래의 기획이나 방향에서 너무나 달라져 있는 후속 에디션들을 굳이 ‘그라우트 음악사’라고 불러야 하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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