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성찰하는 중견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by yoonshun

“Rough Ideas: Reflections on Music and More” (2019)


영국 출신으로 뉴욕 맨해튼의 줄리어드에 재직하며 세계 주요 도시를 투어하는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는 스티븐 허프(Sir Stephen Hough, 1961-)는 음악과 삶에 관한 섬세한 감각을 소설과 에세이, 자서전 등 여러 권의 책으로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커밍아웃한 게이이며 한때는 성직자가 되고자 시도하기도 했다는 그는, 종교와 성서에 관한 오랜 기간의 성찰에 기반한 일종의 ‘기도 가이드북’ “the Bible as prayer”(2007)을 집필한 것을 비롯해 자신의 ‘종교적’ 면모를 결코 숨기지 않는다. 또한 영국인 작곡가 엘가(Sir Edward William Elgar, 1857-1934)의 1900년’작 제론티우스의 꿈’(The Dream of Gerontius)을 계기로 영국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결심하던 순간에 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연주자로서 피아노와 레퍼토리를 대하는 그의 열린 태도는 결코 ‘정통’을 고집하지 않는다. 큰 무대를 앞두고 있더라도 저렴한 전자 키보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담담한 ‘선언’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의 작곡가들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발로 뛰는 그의 모습은, 환갑 즈음의 여느 중견 피아니스트들의 일화들과는 꽤 거리감이 있다.


ㅡ “Reflections on Music and More”라는 깊고도 무게감 있는 부제를 ”음악에 관한 짧은 생각들“이라는 정반대의 표현으로 옮겨둔 한국어판 책 제목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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