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젠, ”고전적 양식“
Charles Rosen,
"The Classical Style: Haydn, Mozart, Beethoven", 1971.(expanded edition: 1997)
"Piano Notes: The World of the Pianist", 2002. (Kindle Edition)
찰스 로젠(1927-2012)의 “고전적 양식”이라는 책은 제목만 보면 음악사에서 가장 친숙하고 당연한? 시대와 인물에 대한 ‘교과서’인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고전주의 음악, 특히 베토벤의 후기 작품들에 대한 로젠의 대담한 주장과 해석은, 처음 출간된 1970년대 초부터 찬사만큼이나 여러 각도의 논쟁과 비판의 중심에 놓였다고 한다.
뉴욕시티 출신의 찰스 로젠은 프랑스문학 전공으로 MIT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비록 전공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일찍부터 피아노 연주와 음악 공부를 꾸준히 했고, 음악에 관한 다수의 중요한 저작들을 남겼을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도 비중있게 활동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콩쿠르 경연 기반의 피아니스트들과 조금은 다른 맥락에서, 공부하는 학자의 연주라는 로젠 특유의 개성이 담긴 의미있는 음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연주자로서 로젠의 정체성은 “Piano notes”라는 중의적 제목의 에세이에서도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피아노 연주가 발휘하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의식하는 듯한 (아파트에서 그랜드 피아노가 ‘거추장스러운 가구cumbersome pieces of furniture’ 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식의) 표현들을 종종 사용하면서도, 연주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몸의 감각을 이야기하는 섬세한 문장들을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낸다.
‘서양’과 ‘음악’ 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한국에서는 서양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은 일단 ‘입문’이 필요하고 ’외울 것이 많은’ 영역이라는 정서가 흔하지만, 로젠의 생애와 그가 남긴 기록들을 추적할수록, 옛 서양음악을 마주하기 위한 각종 ’훈련‘에 시달려 온 동아시아인들의 지난 한 세기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