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의 끝없는 유동流動

줌파 라히리,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by yoonshun

원작

Jhumpa Lahiri, "Translating Myself and Other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2.


벵골어(বাংলা)가 모국어인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의 로드아일랜드에서 자란 줌파 라히리는 보스턴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르네상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했고, 이후 로마에서 거주하는 동안에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썼으며, 이후에는 이탈리아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지금은 오비디우스의 라틴어 작품인 "변신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자신을 가리켜 벵골어와 영어의 "둘로 나뉜 언어 세계"에 태어난 존재로 규정하는 그녀는, 문학과 창작을 공부하고 가르치기 훨씬 이전인 어린 시절부터 늘 두 언어를 오가며 '번역 중'이었다고 말한다. 석사논문을 위해 인도의 문호 아샤푸르나 데비(Ashapurna Devi, 1909-1995)의 벵골어 단편들을 직접 낭독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녹음해 반복해 들으며 번역 작업을 했다는 일화도 흥미로운데, 벵골어를 듣고 이해하고 말할 수는 있어도 문자를 정확히 읽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벵골어와 영어라는 두 세계를 넘어서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로, 또 이탈리아어로, 나아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로 확장해 가는 언어의 흐름은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낯선 언어로 글을 쓰는 도전에 대해 "아주 불편하지만, 그런 경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한 대목에서는, 아마도 모국어를 직접 글로 쓸 수 없는 데서 더욱 그런 간절함(a need)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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