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샤오메이, “강과 그 비밀: 마오와 나의 피아노”
Zhu Xiao-Mei, La rivière et son secret : des camps de Mao à Jean-Sébastien Bach, Robert Laffont, 2007
상하이 출신으로 1980년대 이후부터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 주샤오메이(朱晓玫, 1949-)는 서양문화 기반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였고, 베이징의 중앙음악학원(中央音乐学院)에 진학했다. 일찍이 서양문물에 심취했던 그의 할아버지는 일찍이 1920년대 중국에서 남녀가 함께 춤추는 무도회를 개최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마오쩌둥(毛泽东, 1893-1976) 집권기이던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은 당시 중국에 존재하던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의 영향을 뿌리뽑기 위한 시도였다. 서양음악을 공부하던 음악원의 학생들은 당연히 이런 흐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노동자와 농민을 멸시한다’는 이유로 서양 클래식 음악은 물론 서구의 문화에 관여하는 경우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었고,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례들도 무수히 많았다.
이 시기 ‘정신교육’의 명목으로 일종의 수용소 생활을 견뎌야 했던 주샤오메이는 대규모의 악보 화형식과 음반 폐기의 현장을 겪으며, 떠올렸던 의문들을 제기한다. ‘서양음악은 소수의 상류계급을 위한 음악인가? 아니면 대다수의 인민에게 봉사하는 음악인가?’
문화대혁명의 폭주는 마오쩌둥이 세상을 떠나는 1976년에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지난 10여년의 정책이 남긴 충격과 상처는 너무도 컸다. 이후 미국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보스턴 심포니를 비롯해 서구의 음악가들이 속속 중국을 방문해 연주 무대를 선보였고, 재능있는 중국인 학생들을 발탁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샤오메이도 하루라도 빨리 중국을 떠나 서양의 거장들과 함께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친척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홍콩을 거쳐 미국 서부의 LA로, 다시 동부의 보스턴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 주샤오메이의 정착지는 프랑스의 파리가 되었다. 그는 피아노 연주 뿐 아니라, 중국과 프랑스를 이어주는 문화적 정서적 접점들을 탐색하며, 서로 다른 문화의 배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언제나 고민했다고 한다.
주샤오메이의 사색이 담긴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비롯한 바흐 주요 레퍼토리는 그가 50세 무렵이던 1990년대 후반에 처음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그는 ‘서양에서 문화대혁명에 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책을 쓰게 된 동기로 언급했지만, 바로 옆 나라인 한국에서도 중국의 근현대사를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경쟁과 실력 평가에만 치우친 음악 마케팅이 흔한 시대이지만, 음악을 통해 생각하며 얻을 수 있는 가치들에 관한 성찰을 잊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