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의 무대 밖 활동들
Leonard Bernstein, “The Unanswered Question Six Talks at Harvard”, (The Charles Eliot Norton Lectures, 1973), Harvard University Press, 1976.
Mari Yoshihara, “Dearest Lenny: Letters from Japan and the making of the world Maestro”, Oxford, 2019.
홋카이도 삿포로역 인근 나카지마 공원中島公園에 위치한 ‘번스타인 플레이스(バーンスタイン プレイス)’에는, 단상에서 지휘봉을 든 모습의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을 재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지역을 거점으로 1990년 여름 개막한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PMF)’의 창설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당시 72세의 번스타인이 생애 마지막으로 열정을 쏟았던 기획이자,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 주요 음악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행사이다. (그는 같은 해 10월 타계했다.) 지난 2018년에는 홋카이도 유산(北海道遺産)으로 선정되었다.
미국인 최초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수식어만으로도 서구 음악사에서 그의 입지는 확고한데, 나아가 창작자로서도 클래식 음악 계보를 잇는 신작들을 다수 발표했을 뿐 아니라 20세기 미국 뮤지컬의 전환점을 이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의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고,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업한 수백장에 이르는 레코딩 작업은 물론, 한창 영향력을 확장해 가던 텔레비전 방송에서 독자적인 음악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매체 스타로서의 영향력까지 발휘했다. 한편으로 하버드와 커티스 재학 시절부터 철학과 문학, 음악을 아우르는 학제 간 연구에도 깊이있게 몰입했던 번스타인의 특징적인 강연 기록들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읽어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1973년 하버드에서 진행한 노턴 렉처(Norton Lectures) 시리즈는, 총 여섯 차례에 걸쳐 20세기 이후 서구의 음악이 거쳐온 몇 가지 전환점들을 둘러싼 근본적 이슈들에 물음을 던지며 풀어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19세기 후반 하버드 교수를 지낸 찰스 노턴(Charles Eliot Norton, 1827-1908)을 기념하는 이 기획 강연은 1926년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거의 매년 영향력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강연의 제목 “The Unanswered Question”은 미국인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1874-1954)의 1908년 작품에서 유래한다. 번스타인은 같은 해에 말러의 “9번 심포니”, 스크리아빈의 “프로메테우스”, 시벨리우스의 “4번 심포니”가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조성의 해체로 대표되는 음악사의 전환기로서 1908년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토벤 이후 낭만주의를 거쳐가며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듯한 반음계 기법이나 인상주의의 모호함 같은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결국에는 과거 음악과의 긴밀한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하와이대 미국학과의 요시하라 마리 교수는 워싱턴DC 의회 도서관의 ‘번스타인 컬렉션’의 방대한 자료 속에서 우연히 찾아낸 편지 자료를 단서로, 수십 년 간 전혀 다른 경로로 번스타인과 친밀하게 교류했던 일본인 두 명에 얽힌 서사와 세세한 역사적 기록들을 엮으며 ‘번스타인과 일본’이라는 흔해?보이는 주제에 의미를 더한다. PMF 관련 말년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애를 “사람들과 음악에 대한 사랑“(Loving people and loving music, it’s the same)으로 요약했다는 번스타인은, 단지 음악가로서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활동가로 굵직한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이같은 진지한 고민과 탐구의 흔적들은 대부분 그를 일생 따라다닌 수많은 가십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빛을 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