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하라 마리, “아시아인은 어떻게/어째서 클래식 음악가가 되었나?“
Mari Yoshihara, “Musicians from a Different Shore”, Temple University Press, 2007.
吉原真里, 『「アジア人」はいかにしてクラシック音楽家になったのか? : 人種・ジェンダー・文化資本』, アルテスパブリッシング, 2013.
1960년대 말 뉴욕 주재 일본인 가정에서 태어나 70년대 도쿄에서 고도성장기 일본의 피아노 레슨 열기를 직접 체험했던 요시하라 마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낸 청소년기에 이어 도쿄대학을 거쳐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주의 브라운 대학에서 미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8년부터 하와이대 미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세기 후반 일본의 흔한 중산층 자녀들 속에서 피아노를 ’당연히‘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던 (특별한 줄도 모르고 겪어온) ‘특별한’ 경험은 요시하라가 줄곧 주목해 온 주요 연구 주제들의 바탕을 이룬다. 인문학 분야의 교수이면서도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며 다수의 음악인들과 교류해 온 점에서는 ‘인사이더’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음악으로 생계와 업적을 이어가야 하는 전공자와는 다른 ‘아웃사이더’ 로서 한 발 물러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자의 독특한 입지가 문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다른 해안 출신의 음악가들”이라는 제목으로 2007년 미국에서 간행된 이 책은, 요시하라가 2000년대 초반 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약하던 동아시아 출신 클래식 음악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필드워크 방식으로 기록한 결과물이다. (책의 제목은 하와이 출신 일본계 인류학자 로날드 타카키(Ronald Toshiyuki Takaki, 1939-2009)의 1989년 저작 “Strangers from a Different Shore: A History of Asian-Americans”에서 착안한 것이라 한다.)
동아시아 전통과는 거리가 먼 서구의 ‘클래식 음악’에 이렇게 많은 아시아계 연주자들이 관여하게 된 현상을 배경으로, 그 과정에서 이들이 현실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여러 편견과 장벽들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 대담하고 솔직하게 접근하는 본문의 내용은、’예술‘이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동아시아 클래식 음악의 상당한 영역이 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와 ‘시장’이라는 일종의 감옥? 속에 자리잡아 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을 비롯한 주류 매체에서는 유독 서구에서 ‘성공한’ 아시아계 클래식 연주자들의 화려한 면모와 성과에만 주목해 왔고, 이미 자본과 여러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가 되다 보니, 그 이면의 냉정한? 현실을 이만큼 깊이있게 들여다 본 연구자나 저널리스트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될만큼) 상대적으로 드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인터뷰에 응한 수십 명의 증언을 통한 개별 사례들을 일반화 또는 보편화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정체성’에 대한 인식도 각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주제의 연구를 기획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도전적인 시도이고, 그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저자는 같은 내용의 책을 자신의 모국어인 일본어로 직접 번역해, 2013년 “‘아시아인은 어떻게 해서 클래식 음악가가 되었을까?: 인종, 젠더, 문화자본”이라는 더욱 친절하고 구체적인 제목으로 출간했다. 원문이 미국의 대학 출판사에서 간행된 학술서였던 데 비해, 대중 독자 대상의 일본어판은 상대적으로 ‘순하게‘ 다듬어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중일 연주자들의 전공 악기가 주로 솔로 연주 지향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나, 여성 연주자들에게 유독 혹독한 외모 평가와 공주 드레스(puffy dress)로 대표되는 무대의상들, 급격한 주목으로 소비되고 곧 잊혀지는 신동 연주자들 같은, 한국 포함 동아시아의 클래식 음악 정서에서는 일부러 문제제기 하기에도 민망할만큼 일상적인? 이슈들을, 본문 속 인터뷰 참여자들이 증언하는 경험들과 여러 각도에서 엮어 나가는 흐름에서 (역시 해당 분야의 인사이더이자 아웃사이더인 독자로서) 깊이있는 고민과 통찰의 계기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