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인과 일본인의 영어 활용?법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어에 맞선 콘퍼드와 소세키

by yoonshun

F.M.Cornford(trans. & note), “The Republic of Plato”, Oxford University Press, 1951. (초판, 1941)


夏目漱石, 『文学論』、(上、下)、岩波文庫, 2023. (1쇄 2007, 초판 1913).


학생으로, 교수로 일생의 대부분을 케임브리지에서 보냈던 ‘다윈 가문의 사위’ 프랜시스 콘퍼드(F.M.Cornford, 1874-1943)와, 대학의 학위 과정과는 거리를 두고 활동한 동시대 런던 출신의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나란히 두고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때 잠시나마 이들과 같은 시기 영국 땅에서 고뇌하던 또 한 명의 동시대인, 도쿄 출신의 영문학 전공자로 결국에는 서양어가 가득 섞인 일본어로 쓴 작품들을 발표한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떠오른다.


고대 철학 연구자였던 콘퍼드는 플라톤의 ‘국가’를 “영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10권 구성의 전통적 구조를 벗어나, 빅토리아 시대 소설의 관행이던 3권 형식으로 재구성해 당대 영어권의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리스어 원문을 번역할 때도 그는 영어로 이해하는 데 불필요하거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들을 ‘영어식’으로 과감하게 고쳐썼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에 출간된 영어권의 플라톤 해설서들도 함께 참고했음을 명시했다. 제자였던 거스리가 콘퍼드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던 것처럼, 고대 철학을 연구했으면서도 20세기 영국 문학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그의 정체성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소세키는 제국대학에서 전공한 영문학을 토대로 약 2년 간 런던에서 지내며 ‘공부’한 국비 장학생이었지만, 이는 대학이나 어떤 기관에 속하지 않은 (개인교습을 포함하는) 사실상의 ‘자습’ 기간이었다. 학위가 없어도 한문학을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한편으로, 영문학사로서 영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함을 인식하면서도) 한문 못지않음을 자각하고 있던 그는, 전혀 다른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면서 각각의 ‘문학‘은 전혀 동일하게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을 기반에 두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탐구해야 했다. 그렇게 런던의 하숙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그가, “구매해 둔 모든 책을 읽어 나가며” 기록해 둔 메모들을 모아 강의록 형태로 펴낸 결과물이 바로 “문학론”이다.


상대적으로 단절을 겪은 적 없는 영국의 역사 속에서 영문학을 바탕으로 고대 철학을 연구했던 콘퍼드의 저작들에 담긴 상대적 ‘느긋함’에 비하면, 분야를 막론하고 당대 영국에서 통용되던 ’모든 지식‘을 섭렵하기 위해 초조한 독서를 이어가야 했던 소세키의 런던 시절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단순 비교는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고향’에서 모국어로 전공 분야 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시인’으로까지 불리게 된 ‘영국인’ 콘퍼드의 생애와, 어려서부터 한문학을 공부하며 유려한 하이쿠를 짓던 ‘시인’이었음에도 서구화와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이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며 방황해야 했던 ‘일본인’ 소세키의 생애는, (단편적으로나마) 오늘날까지 한 세기 이상 동아시아와 서구 학문이 마주해 온 방식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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