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일본의 서구화 교육과 시험 제도의 유래
天野郁夫、『増補 試験の社会史』、平凡社、2007。(초판 1983)
犬塚 孝明、『明治外交官物語: 鹿鳴館の時代 』、吉川弘文館、200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 주인 고등교사를 비롯해 자칭 타칭 ‘지식인’에 해당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 중에는, 지나가는 대화 속에서도 저마다 아는 내용들을 (상대방이 듣든 말든) 늘어놓기에 바쁜 이들이 많다. 그런 환경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마저도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를 주워 들으며 알게 된 지식들이 많다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한다. 여러 대화 중에서도, 주인의 친구이자 사업가인 스즈키가 집으로 찾아와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교사이자 지식인으로서 “돈 밖에 모르는 사업가”를 싫어한다며, 사업하는 친구를 향해 노골적으로 말하는 주인은, 그럼에도 익살스럽게 받아 넘기는 스즈키를 향해 연이어 이런저런 (마치 스피드 퀴즈를 연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간다. ”…모르나?知らないのか?, …알고 있나知ってるか, …자네 알고 있나君知ってるか, … 알고 있나知ってるか“... 이렇게 이어지는 물음들에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듯, 스즈키는 “..또 ‘알고 있나’,인가又知ってるかか”라며 리듬을 타듯 되받으며 “마치 시험試験을 치러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 ‘시험’들의 소재는 주로 파스칼, 샤를마뉴, 엘링턴 같은 서구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일화들이다.
서구화의 직접적 당사자인 열강 국가들을 상대하던 메이지 초기의 ‘외교’는 막부시대 인재들을 중심으로 해당 업무 담당자를 임의로 발탁하던 방식을 거쳐, 메이지 26년인 1893년 비로소 ‘시험’을 통한 외교관 임용 제도가 도입되었다. (‘외교관’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인 직책명으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시험은 물론, 진학이나 채용을 위한 시험 제도들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시험보러 온 것 같다”는 소설 속 스즈키의 장난스러운 투정은 그야말로 20세기 초 일본에서 공유되고 있던, 메이지 이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던 (특히 서구의 교양이나 지식을 소재로 하는) ‘시험’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한 장면이다.
“시험의 사회사”는 교육 사회학자이자 도쿄대 명예교수인 아마노 이쿠노(1936년생) 선생이 현직 시절 1981년부터 약 2년 가까이 월간지에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고, 2007년에 증보판이 간행되었다.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도입된 각 분야의 시험 제도들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정착해 가는 과정을 동아시아와 서구 역사의 흐름을 따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한국의 교육제도를 성찰하는 데에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1980년대 초를 전후해 일본에서 대학 입시를 향한 수험 경쟁이 과열되고 사회문제로 공유되기 시작했음을 강조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할 ‘시험’의 의미가 일본에서는 유독 ‘대학입시’에 국한되고 축소되어 온 현상을 비판한다. (그의 저서들 중 한국어로 번역된 사례로는 “제국대학: 근대 일본의 엘리트 육성 장치”(산처럼, 201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