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음악’을 규정하는 서로 다른 관점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의 활동 범주와 외부의 시선들

by yoonshun

Pauline Fairclough, "Classics for the Masses: Shaping Soviet Musical Identity under Lenin and Stalin", Yale, 2016.


메이지 시기 일본의 전문 음악교육기관 도쿄음악학교(1888년 설립)에서는 다수의 독일계 중심 서양인 교사들이 활약했다. 20세기 들어 서양 유학을 다녀온 첫 세대 일본인들이 교사로 취임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교사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게 되는데, 한편으로 러시아 혁명(1917년) 이후에는 혁명에 반대해 러시아를 떠난 이른바 백계 러시아인(White émigré) 음악가들의 존재가 일본에서 점차 뚜렷해지게 된다.


1925년 '일본교향악협회'는 하얼빈의 동청철도교향악단 소속 연주자들 중심의 오케스트라와 도쿄에서 교류 연주회를 기획했고, 1929년에는 "재일러시아음악가협회"가 조직되었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들 중에는 이 시기 일본에서 사실상 '서양 음악가'의 역할을 하며 활동의 기반을 마련한 이들의 사례들이 늘어갔다.


러시아계 영국인 저자가 집필한 "대중을 위한 클래식"에서는 바로 이들과 정 반대편?에 있던 소련의 음악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혁명으로 '소비에트 연합'이 성립되었음에도 '러시아'라는 명칭을 고수했던 백계 러시아인들이 일본에서 '서양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던 반면, 레닌과 스탈린이 주도한 소련이라는 새로운 공동체에서는 자신들의 음악과 상대되는 '서유럽'의 클래식 음악을 정책 노선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러시아 음악가’로 유명한 주요 인물들은 주로 19-20세기 서유럽과 미국에서

활약했거나 알려졌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한 세기 이상 강대국의 주류 미디어나 학계-업계의 기준으로 규정되어 온 ‘러시아 음악’이라는 범주는 어쩌면 수세기에 걸친 러시아 음악사의 극히 일부에 한정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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