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도 현역 시절에는 혹평의 대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에 대한 거부감의 기록들

by yoonshun

Nicolas Slonimsky, "Lexicon of Musical Invective: Critical Assaults on Composers Since Beethoven's Time", 1953 (paperback, 2000).


Christopher Butler, "Modern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0.


오늘날 클래식 음악 비평이라고 하면 '연주자'의 ‘공연’이나 ‘음반’에 집중되어 있지만, 18세기 전후 시작된 비평의 펜 끝은 주로 '작곡가'와 ‘작품’을 향하고 있었다. 녹음이나 촬영 기술이 없던 시절,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던 여건에서 연주 현장에 참석하고 관련 내용을 글로 발표할 수 있는 평론가들은 일종의 권력자들이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인 음악학자 니콜라스 슬로님스키(1894~1995)가 작업한 '음악에 대한 혹평 사전'은, 19세기 초 베토벤 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유럽과 미국 주요 도시의 신문이나 잡지에 실렸던 온갖 '혹평'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작곡가 이름의 알파벳 순으로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들을 정리했는데, 원문의 '독설'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프랑스어나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경우도 적지 않다. 작곡, 피아노 연주, 지휘를 비롯해 저술, 토크쇼 고정패널 등 폭넓은 영역에서 두루 활동했던 슬로님스키는 서문의 제목을 아예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거부(Non-Acceptance of the Unfamiliar)"라고 붙였다. 어떤 것이 그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불만을 갖고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경향을 해설하며, 더 나아가서는 외모나 이름 등을 향한 인신공격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음을 밝힌다.


'익숙하지 않음'의 대표적 사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세기 초 서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창작된 모더니즘 예술이다. VSI 시리즈의 "모더니즘"은 1909년에서 1939년 사이 문학, 회화, 건축, 음악 등에서 나타난 이른바 파격적 작품들의 맥락과 배경을 다루고 있다. 당연히? '혹평사전'에 언급되는 쇤베르크나 베베른, 쇼스타코비치, 드뷔시 등의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유념할 부분은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곡처럼, 우리가 ‘모더니즘’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고전들조차도 발표 초기에는 일단 지적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첫 출간 뒤 50년 가까이 지나 새로 나온 페이퍼백 에디션에는 ‘P.D.Q.바흐’라는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했던 미국인 작곡가 피터 쉬클리(Peter Schickele, 1935~)가 머리말을 썼다. 한국에서조차 ‘음악의 아버지’라고 배우는, 서양음악의 권위를 상징하는 바흐와 그의 가문을 코믹한 설정으로 패러디해 무대에 올리고, 여러 장의 음반까지 발표했던 쉬클리의 시도는 많은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통쾌함을 전해주었지만, 한편으로 그 역시 적지 않은 불평과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이 ‘혹평 사전’을 가리켜 '이제껏 만들어진 가장 유쾌한 참고문헌일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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