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성립에 관한 몇 가지 배경들

일본 근대 서양학문 수용 과정과 ‘미학’의 정체성

by yoonshun

小田部 胤久、『西洋美学史』、東京大学出版会、2009。


다른 책들을 통해서도 몇 차례 살펴볼 기회가 있었지만, 근대 일본 서구학문 도입의 중심지였던 ‘제국대학’ 학제에서 ‘미학’이라는 학문이 하나의 전공 분야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던 배경에는 (경성제국대학의 사례도 포함해) 메이지 일본의 뚜렷한 독일 지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학이라는 학문은 18세기 독일 철학자 바움가르텐(Alexander Gottlieb Baumgarten, 1714-1762)이 라틴어로 집필한 저서(Aesthetica, 1750)를 계기로 성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미학사“의 저자인 도쿄대 타나베 타네히사 교수는 서양 미학의 역사를 “예술의 개념(또는 예술 이념)의 역사”라고 규정하는 한편, 바움가르텐이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이어져 온 고대의 ‘변론술’과 ‘시학’을 보편화하는 과정을 통해 구상했던 독자적 해석이 근대 미학의 바탕을 이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후 ‘예술학’이 미학으로부터 분리되며 예술의 한 요소로 여겨지던 ‘아름다움’이 점차 예술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만 몰입할 때 놓치기 쉬운 예술의 인식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에 주목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19세기 후반 서구화 시기 근대 독일의 헌법이나 교육제도를 모범으로 삼았던 일본에서, 독일 근대 사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영역인 ‘미학’은 이처럼 오늘날까지도 (과거만큼은 아니라 해도) 여전히 주요 학문으로 존재감을 이어오고 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음악학 분야에서도 도쿄예술대학 중심의 독일 편향과 그 세부적인 연구 주제들 역시 근대 일본의 ‘독일 전통’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문헌들을 통해 거듭 확인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일본의 철학자 가토 신로 선생은 근대 일본에 서양학문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미학과 윤리학을 철학과 별개의 학문으로" 다룬 교육 체계로 인해, "철학의 내적인 생명이 사라졌다"고 한탄한다. 일본의 영향권에 있던 초창기의 한국 대학에서도 '철학'과 '미학'의 분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 . 더 많은 질문들은 다음 기회로 . .



매거진의 이전글많아졌다 해도 여전히 드문, 여성들의 존재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