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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Jan 16. 2016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6. 風琴 [ふうきん]

요즘에도 초등학교 교실에 풍금風琴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90년대까지

한국 초등학교 음악시간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풍금이 아닐까 합니다.


어르신들 중에는

오르간, 또는 올갠 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풍금과 오르간은 전혀 다른 악기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 '오르간'이라고 하면 대체로 '파이프오르간'을 가리킵니다.

아래 이미지로 보듯이 대규모 홀의 벽면에 설치되는 거대한 악기입니다.  


파이프 오르간


우리가 생각하는 풍금의 정식 명칭은 '리드 오르간reed organ'입니다.


풍금의 명칭의 기원은 근대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급속한 서구화와 함께 유입된 서양의 악기 명칭들을

일본식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착된 말입니다.


한자문화권에서 현악기의 명칭에 사용하는 한자

서양악기의 번역어에서도 중요하게 활용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피아노의 번역어는 洋琴ようきん이었고,

바이올린은 提琴ていきん, 비브라폰은 鉄琴てっきん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오늘날에도 피아노를 钢琴이라고 표기합니다.

각 악기가 갖는 특징을  과 합쳐 만든 일종의 합성어들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風琴은 공기를 주입해 소리나는

리드 오르간의 특징을 반영한 명칭일 것입니다.


일본 교실의 オルガン



카타카나로 표기하는 オルガン은  기본적으로 풍금을 가리킵니다.

일본에서는 굳이 リードオルガン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대신 파이프 오르간을 パイプオルガン으로 정확히 표기해야 하겠지요.



19세기 후반에 파이프오르간을 대체할만한 악기로

서양에서 널리 인기를 얻었던 이른바 '풍금'은

사실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 연주에는 잘 활용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20세기 우리 역사 속에서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어린시절 가장 먼저 접했던 대표적인 악기였다는 점에서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에 포함시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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