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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ll Feb 25. 2023

[스크랩] 한국의 ‘MZ’와 일본의 ‘소셜 네이티브’

세대론의 전제가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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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역 이웃 주민의 유사 생활

[한국일보]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_같은 일본, 다른 일본



[기사 발췌]

MZ세대의 ‘M’은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Z’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 세대’에서 따왔다. 세대론을 주장하기에는 연령대의 범위가 너무 넓다. 사회과학에서 특정한 경험과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코호트(cohort’라고 한다. 특정 시기에 태어난 인구 집단이 대체로 유사한 사회적 경험을 한다는 의미에서 코호트 개념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담론이다. 한국의 MZ 세대론은 사회적 경험이 전혀 다른 연령대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코호트 분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 Z 세대도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의 사회과학에서 나온 담론이었던 만큼, 처음부터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는 구석도 있다.


세대론은 한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유용한 담론이다. 사회가 현저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에 세대론이 등장하고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보면 내용은 무성의하고 부정확해도 MZ 세대론이 자주 회자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한국 사회가 눈에 띄는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실로 다양한 세대론이 있었다. 그만큼 격동의 시기를 보내왔다는 뜻이다. 1940년대 후반에 출생한 단카이(덩어리) 세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인 이들은 전후 일본 사회 격변기의 주역이자 가장 역동적이 주체였다. 뒤를 이어 1950년~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시라케(시큰둥하다, 무관심하다) 세대라고 불리는데,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난 50대 중후반 연령대는 짧게나마 호시절을 경험한 ‘버블 세대’다. 호경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고 의사소통 능력도 높은 편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는 갑작스러운 불황의 직격탄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해 비정규직으로 취직해도 암담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소비보다는 절약을 선택하며,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유토리(여유, 넉넉함) 세대는 여유로운 삶과 창의성을 중시한다는 유토리 교육을 받았다. 취지와는 달리 젊은이들의 학력 저하를 낳았다는 비판 여론이 컸다. 그러다 보니 유토리 세대에 대해 주체성이 없고 정신력이 나약해서 스트레스에 잘 견디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특징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사토리(깨달음, 득도) 세대는 장기적 불황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만큼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실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소비에 있어서도 명품 브랜드보다는 비용 대비 효율을 중시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10대에서 20대 중반 정도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소셜 네이티브’도 자주 거론된다. 인터넷 정보 수집에 능하고,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가상공간의 인간관계에도 익숙한 젊은이들을 뜻한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한술 더 떠서 10대가 되기 전에 태블릿 PC를 조작하고 스마트폰 앱 조작에 능한 ‘알파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특징이 일본의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젊은이들은 공통적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소셜 미디어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며, 동영상 플랫폼을 즐겨보며, 인공 지능과의 대화에서 이질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소셜 네이티브, 알파 세대로 이어지는 담론은 나라나 지역을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한 세대론이다.


원래 세대론은 특정 사회를 배경으로 성립하는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신세대’와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일본의 ‘유토리 세대’는 연령대는 비슷하지만 코호트의 특징은 크게 다르다. 각각의 사회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행동 양식이나 세상을 보는 방식이 같은 수가 없다.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디지털 정보 환경이 세대론의 대전제를 뒤흔들고 있다.


[생각 도둑]

대한민국에서 어떤 경향이 눈에 밟힌다면,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베트남 인도 브라질 뉴질랜드 등 거리가 먼 국가에서 공통점은 없을지 생각할 수 있겠다. 혹은, 유사하면서도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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