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을 부린 내게 주는 선물
일어날 수 없는 새벽이 있다. 깨지 못한 것도 아니고 눈을 뜨지 못한 건 아닌데. 눈은 오히려 말똥말똥하지만 다시 질끈 감고 이불을 더 끌어올린다. 마치 아직 새벽이 오지 않은 척, 새벽이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무시하고 싶은 새벽.
한 시간쯤 뒤척거리다 느지막이 일어났다. 늑장을 부린 내게도 선물을 줘야 한다. 아니 느릿느릿, 꾸물꾸물했으니 더욱 선물을 줘야 한다.
막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티 브랜드, Kusmi.
이름도, 차맛도, 차향도, 포장도 사랑스러운 Kusmi.
그럼에도 향에 너무 멋이 들어간 가향 차는 밀어 두고, 베이직한 English Breakfast를 골라 들었다.
언젠가 막내 아이가 만들어준 작은 찻잔에 촛불도 켰다.
은은한 차향이 슬며시 내 깊은 곳을 쓰다듬고 사라진다.
구차한 모든 말을 생략한 채 던지고 간 그 한 마디가 좋았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