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밴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Whittard of Chelsea

by 윤소희

Whittard of Chelsea - Decaffeinated English Breakfast

요 며칠 잠을 못 자 일부러 디카페인을 골랐는데도 충분히 스트롱한 클래식 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깊고 묵직하면서도 처지지 않게 뒤끝이 깔끔하다.


짙은 밤색의 수색처럼 향이 깊은데, 장미향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좋은 향이 밴 나이 든 나무의 껍질 같기도 하다. 일부러 꽃이나 과일을 넣은 가향차가 아님에도 은은한 향이 더 깊이가 있다. 어쩐지 내게도 그 깊은 향이 묻어와 약 냄새, 땀 냄새 따위 떨쳐주지 않을까. 아쌈, 실론, 케냐 블렌딩이라는데 밀크티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훨씬 은은한 향을 잘 즐길 수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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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tard of Chelsea - Decaffeinated English Breakfast


오래도록 밴 냄새는 향수를 휘리릭 뿌린다고 해서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인격과 인품에서 나오는 향기도 그렇겠지.

순간 꾸며낼 수 없는.


향이 깊은 차 한 잔 덕에 시간의 힘과 무게 같은 걸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막내 아이가 버려진 상자로 만들어 낸 이집트의 오래된 건축물과 차의 향이 잘 어우러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