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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13. 2024

비교를 멈출 때 가장 나다운 글이 탄생한다

가장 나다운 문장은 뭘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 가장 아름다운 코, 가장 아름다운 입, … 등등 가장 아름다운 얼굴 부위를 모아 조합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탄생하겠지?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부위를 모았을 때 많은 이들이 당황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예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인위적이며 매력은 없는 가짜 같은 얼굴이 나온 것이다. 이런 시도는 무조건 '조금만 더!'를 외치는 우리에게 일침을 놓는다. 무조건 아름다운 것들을 추려 모아놓는다고 더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본래 있던 아름다움마저 잃는다. 아름다움은 조화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예슬의 얼굴형, 민효린의 명품코, 이민정의 눈, 장윤주의 몸매를 조합한 가상의 인물



몇 년 동안 100명 가까운 이들을 상대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글을 쓰고 싶어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저는 글솜씨가 없어요" "글재주가 없어요"라는 말이었다. "다른 글벗들 글은 다 좋은데, 제 글만 형편없어요"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우리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만들고, 끊임없이 비교해서 등수를 매긴다


어디 글뿐일까? 몸 사이즈는 44나 55를 입어야 하고, 가슴은 B컵 이상은 되어야 하고, 피부는 백옥처럼 하얗고 티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하고, 허리는 잘록해야 하고,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야 하고…. 우리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만들고, 끊임없이 비교해서 등수를 매긴다. 하지만 절대적이라고 믿는 미의 기준조차 끊임없이 변하는 걸 보면, 불변의 진리는 아니란 말이다. 


절대 서로의 글을 비교하지 말라


글쓰기 워크숍을 시작하는 첫날 꼭 강조하는 말이 있다. "절대 서로의 글을 비교하지 말라"는 것. 일단 남의 글과 비교해 상처받고 움츠러들면, 더 이상 내 글이 나와주지 않는다. 더구나 글은 수학 시험지와 달라서 비교 채점하는 게 불가능하고 무의미하기도 하다.


글은 수학 시험지와 달라서 비교 채점하는 게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


물론 맞춤법이나 문법에 대한 지식이 많고 적음이나, 문장을 사용하는 숙련도 등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맞춤법이 좀 틀리고 서툰 문장으로 써 내려간 글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고,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하고, 한바탕 실컷 웃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문법이나 맞춤법에 대한 지식이나, 문장의 숙련도 등 측정 가능한 것만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늠할 수 없다.


맞춤법이 좀 틀리고 서툰 문장으로 써 내려간 글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한다


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스러울 뿐이다
홍자성 <채근담> 중


남의 글과의 비교는 무의미하고 무용하다


화려한 기교나 문장 다루는 스킬은 배울 수 있고 또 연마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교나 스킬이 글의 아름다움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남의 글과의 비교는 무의미하고 무용하다.


가장 나다운 문장은 뭘까


'가장 나다운 문장은 뭘까'를 고민하는 일은 필요하다. 나를 드러내는데 가장 적절하고 맞춤한 문장은 뭘까? 그게 바로 작가의 ‘문체’이고 ‘목소리’다. 딱 몇 문장만 읽어도, 아, 이건 누구누구가 쓴 글이다, 알아볼 수 있는 자기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찾았다면, 그는 작가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이 얼마나 팔렸느냐에 관계없이….



Personality begins where comparison ends
(비교를 멈출 때 개성이 시작된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칼 라거펠트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데는 게을리하면서,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책하거나, 내 글에 어울리지 않는 남의 문장을 훔쳐온다면 그런 글이야 말로 추한 글이 아닐까. 남의 글과 비교하며 주눅 들지 말고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찾아보자! 비교를 멈출 때 가장 나다운 글이 탄생한다. 사실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픈 조언이다.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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