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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빠져나올 때도 지옥의 손이 필요하다

'귀찮은' 타인이 나를 살린다

by 윤소희

1년 전 어머니를 보내고 어둠의 터널 속에 들어가 침잠했다. 실제로 갑상선 기능이 망가져 몸이 아프기도 했고, 손끝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아 무력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터널 속에서 나를 끌어낸 건 (당시 내 느낌으로) ‘귀찮은’ 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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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친구가 갑자기 유튜브를 같이 하자고 졸랐다. 14시간의 시차를 극복해 같이 촬영을 하는 일도 번거롭고, 어찌어찌 찍는다 해도 편집 능력이 전무한 두 사람이 무슨 재주로 매주 영상을 업로드한다는 말인가. 예상대로 20편 가까이 영상을 찍었지만 두어 개 업로드하다 흐지부지 되고 말았고, 나는 친구에게 화를 냈다. 이럴 줄 알았어. 중도에 그만둘 거면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돌아보면 그 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남을 상담해 주듯 우리가 나눴던 대화는 우울증과 무기력, 불안, 불면, 분노, 애도, 트라우마 등 모두 어둠의 터널 속에 있던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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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터널 속에서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무력한 시간을 보낼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책 나눔’이었다. 1,000 권을 나누겠다고 약속했는데, 겨우 700여 권을 넘기고 있었다.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은 마당에, 이런 일이 다 무슨 소용이람. 그럼에도 약속이었기에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책을 골라 포장하고 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몹시 더디고 오래 걸렸지만, 그 일을 반복하는 중에 나는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사르트르의 말대로 ‘타인은 지옥이다.’ 하지만 지옥을 빠져나올 때도 타인의 손이 필요하다.


WechatIMG7400.jpg 책 나눔 받고 보내주신 사진


타인 1.png 책 나눔 받은 분이 보내준 메시지





WechatIMG7281.jpg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고, 2025년 1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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