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로 살아가는 요즘
몸이 큰 여자
-문정희
몸은 원래 그 자체 음악을 가지고 있지
식사 때마다 밥알을 세고 양상추의 무게를 달고
그리고 규격 줄자 앞에 한 줄로 줄을 서는
도시 여자들의 몸에는 없는
비옥한 밭이랑의
왕성한 산욕(產慾)과 사랑의 노래가
몸을 자신을 태우고 다니는 말로 전락시킨
상인의 술책 속에
짧은 수명의 유행 상품이 된 시대의 미인들이
둔부의 규격과 매끄러운 다리를 채찍질하며
뜻없이 시들어가는 이 거리에
나는 한 마리 산돼지를 방목하고 싶다
몸이 큰 천연 밀림이 되고 싶다
날씬하다거나, 말랐다는 말을 훨씬 많이 들음에도
나 스스로 말랐다고 생각해 본 적은 아마 평생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달 코로나 19로 집안에 틀어박히면서 체중이 늘었는데,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 봐야 표준 체중을 넘은 것도 아니면서.
나 역시
'규격 줄자 앞에 한 줄로 줄을 서는
도시 여자들’
로 자랐고 살아왔으니까.
세상이 세뇌시킨 미의 기준과 규격 줄자에 내 몸을 끊임없이 재고 있는 것이다.
아노렉세아 (Anorexia: 거식증)로 뼈만 남았음에도 거울을 보며 자기가 뚱뚱하다고 외쳤던 친구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하이힐과 샤론 스톤 자세로 인해 뒤틀어진 내 허리가 그 얼굴에 겹쳐진다.
아마 창녀들일 것으로 짐작되는, 단체로 성병 검사를 받기 위해 치마를 걷고 줄을 서 있는 로트렉의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을 보며
'도시 여자들’로 길러지고 스스로 그 규격에 맞춰 살고 있는 나나 그녀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