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nefeld_ Rose Hip tea
길흉화복과는 관계가 없지만 체중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나만의 ‘풍수지리’ 이론이 있으니, 북경에 오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대학 다닐 때 겨울 방학 두 달 동안 북경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두 달 동안 거의 10킬로 가까이 체중이 늘어 가져 갔던 옷이 맞지 않아 중국에서 산 옷을 입고 귀국했는데, 엄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엄마 눈 앞에 서 있는 게 나라는 걸 알아챘을 때 엄마는 기절할 뻔했다.
심지어 당시의 나는 심한 결벽증이 있어서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손으로 비벼준 쫄면을 먹지 못해 버릴 정도였는데, 중국의 당시 열악한 위생 상황을 고려할 때 체중이 늘어난 건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북경의 풍수가 평생 괴롭히던 결벽증을 깨끗이 고쳐준 셈이다.
북경에 돌아와 아예 살고 있는 나. 두 달 동안 10킬로라는 드라마틱한 체중 증가는 없었지만, 1년에 1킬로씩 야금야금 체중이 늘고 있다.
이렇게 나만의 ‘풍수지리’ 이론에 따르면 북경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 19를 피해 집을 떠나 서울에 머문 지 석 달이 조금 넘었는데, 한 달에 1킬로씩 체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석 달 전 한국에 입국할 때 가져왔던 바지들이 맞지 않게 되어, 결국 치수를 늘리고 탄력이 좋은 바지를 새로 샀다.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과자, 사탕, 초콜릿, 케이크, 빵 만이라도 피해 보자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피로 회복에 좋고 디톡스와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히비스커스가 들어간 Ronnefeld 의 Rose Hip 티와 함께 튜너 샐러드를 만들어 점심을 먹는다.
이름은 로즈힙이 차지했지만, 색과 맛은 역시 히비스커스의 역할이 크다.
히비스커스의 이 신맛이 싫어 설탕이나 꿀을 넣어 마시는 걸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설탕으로부터의 도피’ 중인 나는 다행히 히비스커스의 신맛을 좋아한다.
더구나 나는 시각의 지배를 특히 더 많이 받는 편이라, 붉은빛이 고우니 맛도 곱게 느껴진다.
과식은 로마인들의 악덕의 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식사의 절제에서 관능적인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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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실천은 세손의 젊음에 합당한 엄격함에서 보기에는 매혹적이겠지만, 식도락 자체보다도 더 복잡한 정성을 요구한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중
며칠 만이라도 좋으니 내게도 ‘절제’라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데, ‘옛날 통닭’이 나를 유혹한다. 역시 절제의 실천은 ‘식도락 자체보다도 더 복잡한 정성’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