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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22. 2020

우리는 검색창에 가장 내밀한 것을 고백한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블로그든 브런치든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은 내 글을 읽으러 들어오는 이들의 유입 경로를 친절하게 분석해 알려준다. 검색으로 들어온 경우에는 ‘유입 키워드’까지. 


내 브런치 방문자의 유입 키워드로 ‘누군가 보고 싶어서 아파 본’이 떴다. 

검색이라기보다는 고백에 가까운. 


"키보드로 얻은 익명성 덕분에 사람들은 매우 이상한 것들을 고백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검색창에 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드러나는 곳에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오로지 검색 창 앞에서만 내밀한 진심을 드러내는 지도.


페북이나 인스타 같은 소셜미디어 포스팅에서 남편은 '최고' '가장 좋은 친구'지만, 검색창에서는 '동성애자' '얼간이' '짜증 나는' '인색한' 인간일 뿐이다. (물론 남편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가 검색창에 '남편'에 관해 검색할 가능성이 낮을 테니 단순 비교는 위험하지만, 분명 이런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검색창 앞에서 우리의 민낯이 드러난다


‘누군가 보고 싶어서 아파 본’을 검색해 나의 어떤 글에 닿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부디 내 글이 그이의 마음을 조금은 쓰다듬어주었기를. 


<모두 거짓말을 한다> -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사람들의 정보 검색 그 자체가 정보다. … 그들이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 막연한 추측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사람들이 때로 구글 검색창에 질문이 아닌 고백을 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사장이 끔찍하게 싫어요’, ‘완전히 취했어’, ‘아빠가 나를 때렸어요’와 같이 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성애자인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50회 섹스를 하고 그중 콘돔 사용률은 16%라고 한다. 계산해 보면 연간 약 11억 개의 콘돔이 사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성애 남성들은 매년 16억 개의 콘돔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 매년 판매되는 콘돔은 6억 개에도 못 미친다. …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라고 시작하는 검색이 ‘게이’로 완성되는 경우는 2위인 ‘바람을 피우나요?’를 10% 차이로 따돌린다. ‘알코올 중독인가요?’보다 8배 많고 ‘우울증인가요?’보다 10배가 많다.


‘자살’에 대한 검색은 밤 12시 36분에 가장 많고 아침 9시에 가장 낮다.


새벽 2~4시 사이에는 ‘의식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자유는 존재할까요?’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까요?’ 같은 심각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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