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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21. 2020

계란을 삶으면 터지고, 말면 찢어지는데 그래도 요리?

<뜨거운 한입> - 박찬일

대학교 1학년 신입생 환영 MT던가, 마실 줄 모르던 술을 마시고 쓰러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온몸으로 새겼었지.  

“막걸리는 취하는 게 아니라 젖는 술”이란 걸.


“막걸리는 취하는 게 아니라 젖는 술” (박찬일)


우리 집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고 매끼마다 빠뜨리지 않고 먹는 건  

토마토, 오이, 브로콜리, 파프리카 등 야채다. 

그냥 씻어서 툭툭 털어내기만 하면 되는 야채. (흠, 그래도 브로콜리는 데치기는 한다) 

심지어 아이들은 드레싱도 뿌리지 않는다.  


워낙 엄마의 '요리 솜씨'가 훌륭해서 손을 데지 않을수록 맛이 있다는 걸 아주 일찍부터 입으로, 혀로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딱히 ‘요리 솜씨’를 발휘할 기회가 없긴 하지만, 요리책을 사 모으고 요리에 관한 책을 읽는 건 크나큰 낙이다. 수십 권이 이미 주방 한쪽 선반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 읽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 반해서 이 책도 단숨에 읽었다. 

이번엔 계란 요리… 흠, 계란이라면 도전해볼 만 한가. 

계란을 삶으면 터지고, 말면 찢어지고, 프라이도 스크램블도 안 되는 경계 모호한 정체불명의 요리밖에 안 되는데… 그래도? 


박찬일 - <뜨거운 한입>


"닭발집이 제일 잘되는 데가 어딘 줄 알아? 여기 같은 유흥가야. 이 동네서 일하는 여자들이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 
그녀들은 피곤하고 속상한 마음을 쥐어뜯듯이, 매운 닭발을 물어뜯으며 해장의 새벽을 맞이하는가 보다. 자학은 상처의 딱지를 뜯어내듯이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닭이나 돼지만 어린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린양과 말, 소도 어김없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른다. 야들야들하고 한없이 부드러우며 씹자마자 녹아버리는 질감 - 풍미를 희생하면 질감을 얻는다 - 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피맛골의 열차집에서 빈대떡 위에 어리굴젓을 올려 막걸리를 넘기고 광장시장에서는 ‘닭 한 마리’를 먹었다. … 무교동에서는 거의 자학에 가까운 마늘다짐에 낙지를 비비면서 이를 갈았고, 대한극장 너머 생선골목에서는 짜디짠 고등어나 삼치에 소주잔이 엎어졌다


라면에 방부제가 들어 있다는 말은 틀린 얘기다. 인스턴트 라면은 수분 함량이 낮아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 …이밖에 라면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라면 한 개의 칼로리는 웬만한 한 끼 식사의 70퍼센트 선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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