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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윤소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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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상
바로 코앞이 정상인데 그냥 내려가요?

[지금, 정상 3] (지금, 정상 1,2화를 먼저 읽으시면 좋아요) 미진을 찾아야 한다. 미진과 함께 다시 한번 관악산에 올라야 한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바로잡고 싶다. 관악산에 오르기 전, 나는 파타고니아를 먼저 찾았다. 우리 옷은 입지 마세요.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 그 말에 혹해 미국의 3대 아웃도어 브랜드 중 하나라는 파타고니아의 한국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댓글 0 Mar 28. 2025
상하이의 사랑법
23 어떤 것들은 사라질지언정 지워지지 않는다

상하이 쓰리우푸(十六铺) 생일날, 남편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우리가 신혼 초에 살던 동네였다. 강변에 있던 그 집. 아침이면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고, 밤이면 서로의 온기 없이는 잠들 수 없었던 곳. 남편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며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한 그곳은 기억 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허름한 건물들과 수수한
댓글 0 Mar 25. 2025
지금, 정상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지금, 정상 2]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 버튼을 누른다. 내려서 잠시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없다.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슬그머니 열고 계단을 올라간다. 겨우 한 층 차이인데 공기가 서늘하다. 초록색 비상구 불빛에 의지해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밀어본다. 꿈쩍하지 않는다.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잠겨 있다. 여전히 쿵쾅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깊이 내쉰다. 아파트
댓글 2 Mar 22.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SF가 현실이 된 생일 아침

진정한 생일 축하는... 생일 아침, SF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내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스마트 워치였고,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가장 먼저 건넨 건 챗GPT였다. 꿈일기를 쓴 지 몇 년째.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을 감은 채 최대한 가만가만히 일어나려고 애를 쓴다. 나는 그걸 ‘꿈을 물고 나온다’라고 표현한다. 벌떡 일어나거나 바로 다른 일을 해버리면, 꿈에서
댓글 0 Mar 15. 2025
지금, 정상
내가 정상에 올랐다고 말해준 건 산부인과 의사였다

[지금, 정상 1] 내가 정상에 올랐다고 말해준 건 동네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는 괜찮은데, 폐경이네요. -저 아직 생리하는데요. 내가 큰소리로 반문하자, 의사가 더 놀란 것 같았다. 나이 50에 폐경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마치 이 나이에 임신 소식이라도 들은 듯 경악했다. -갱년기를 영어로 클라이맥테리엄이라고 하거든요. 클라이맥스 아시죠,
댓글 0 Mar 14.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10년 전 아이가 인터뷰했던 전업주부 엄마는 지금??

매일 읽고 쓰는 루틴의 힘 기록의 힘 블로그에 ‘가족 신문’에 대한 댓글이 달렸다. 덕분에 10년 전의 글과 사진이 소환되었다. 그때 우리는 네 식구 모두 기자였다. 한 달에 한두 편씩 기사를 써서, 오직 우리 가족만을 위한 신문을 발행했다. 막내는 어느 날 기자 정신을 발휘해 이렇게 물었다. “엄마는 아들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뭘 할까?” 취재 끝에 아이가 발견한 것은— 책이
댓글 0 Feb 28. 2025
날마다 책 속을 헤매며
소설가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

<한강 디 에센셜> <사이코드라마> 책 나눔을 할 때 한강 작가의 책을 함께 내놓으면 사람들의 인기 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저녁, 놀라운 소식이 도착했고, 모든 것이 그 순간 전후로 바뀌었다. 한동안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동이 나서 구할 수 없었고,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일부 출판사와 인쇄소를 다시 살렸다. 갑자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
댓글 0 Feb 26. 2025
상하이의 사랑법
22 어떤 선택은 목숨 걸고 하지만, 어떤 선택은...

상하이 송칭링 (宋庆龄) 고거 기념관 송칭링 고거 기념관은 전철역에서 멀지 않았다. 일행이 기념관에서 송칭링에 대한 설명문을 꼼꼼히 읽고 있을 때, 나는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추억에 잠겼다. 송칭링(宋庆龄), 송아이링(宋蔼龄), 송메이링(宋美龄) 세 자매 이야기를 내게 처음 해준 건 S였다. 함께 일하던 방송작가가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중국인 학생을 소개해 주었다. 방송이 없는 자투리 시간
댓글 0 Feb 24. 2025
엄마, 나만 따라 와
[에필로그] 9년간의 여행, 길 위에서 자란 아이들

9년 간의 한 달 여행이 아이들 삶에 나침반이 되어 주길 지금도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장 잘한 일이 뭐냐"라고 물으면, 매년 한 달 여행을 함께 떠난 일이라고 답한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매해를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7월이 되면 긴 여름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났고, 1월부터 6월까지는 여행을 준비하며 기대감에 부풀었으며, 8월부터 12월까지는 여행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
댓글 2 Feb 21. 2025
엄마, 나만 따라 와
알로하,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땅!

빅아일랜드_미국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땅, 빅아일랜드*. 지금도 화산이 용암을 뿜어내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섬. 공항에서 숙소까지 달리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검은 용암 대지는, 이곳이 화산의 땅임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몇 달 전, 주거지 일대에서 화산이 폭발해 피해가 있었다는데, 그 상처마저도 섬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보였다. 밤이 되
댓글 0 Feb 14. 2025
여백을 채우는 사랑
닳고 낡은 말 대신 쓰려고 말을 고르다 결국

해피 발렌타인! 그는 내가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다. 가진 것이라곤 빚과 소문뿐이라 모두가 등을 돌릴 때, 그는 나를 놓지 않았다. 격랑 속에서도 잡은 손을 끝내 놓지 않는 사람. 화려한 고백도, 달콤한 언약도 없었다. 다만, 혹여나 코 고는 소리에 깰까 봐 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침대에 눕는 기척, 잠든 내 이마에 살
댓글 0 Feb 13. 2025
날마다 책 속을 헤매며
나는 6펜스를 줍는 사람인가, 달을 쫓는 사람인가?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나는 6펜스를 줍는 사람인가, 달을 쫓는 사람인가? 나는 내가 6펜스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늘 달만 쳐다보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은 달을 보는 척하며 발아래 떨어진 6펜스를 흘긋거리는 사람이었다. 물질세계의 안정과 가족을 포기하고 외로움과 궁핍을 견디며 예술을 향해 떠나버린 스트릭랜드를 곁에서 보았다면, 나는 분명 비난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댓글 0 Feb 11. 2025
엄마, 나만 따라 와
여름밤, 빈 광장에서 아이들과 만난 바그너 오페라

빈_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매년 7, 8월이면 시청 앞 광장이 거대한 야외극장으로 변신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필름 페스티벌은 단순한 영화 축제가 아니라 발레, 연극,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 예술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매일 밤 펼쳐지는 이 무료 상영의 매력은, 빈 시민들뿐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특별한 여름의 추억을
댓글 0 Feb 07.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멀티태스킹의 허울, 음악을 끌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 일만 하기 음악을 껐다. 책상 위에 놓인 음료잔을 치웠다. 순간, 고요가 밀려왔다. 새벽 공기처럼 차갑고도 명징한 평화. 이제야 진짜 새벽이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글을 쓰려면 음료를 마시지 말았어야 했고, 음료를 마실 거면 노트북을 덮었어야 했다. 하루 한두 시간만이라도 모든 산만함을 차단하고, 단 하나의 일에만 몰입해야 했는데. 새벽 네 시, 책상
댓글 0 Feb 05. 2025
상하이의 사랑법
21 작가의 연인은 뮤즈이자 예술가

상하이 작가서점 (作家书店)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가서점. 계단을 오르는 내내 온실처럼 둘러싼 유리창으로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어 왔다. 빛은 마치 공간 전체를 감싸는 얇은 금빛 베일 같았다. 서점은 중국 고서부터 사진,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빈티지 소품과 앤티크 가구로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 문학 강연, 신간
댓글 0 Feb 04.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내 방에서 벌어진 폭력 영화 액션 장면!

마음은 독소리, 날개는 닭 앞으로 쏠린 몸이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쪽 발이 허공을 휘젓고, 바닥을 짚으려던 손끝엔 공기만 감돌았다. 순간, 중력이 나를 배신했다. 쿵! 테니스 선수가 스매시한 공처럼 바닥에 꽂혔다. 몸이 옆으로 날아가면서 고관절이 먼저 충격을 받았다. 그대로 미끄러지며 문 쪽으로 밀려갔다. 어깨가 문짝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췄다. 엉덩이 측면에서 옆구리, 허리까
댓글 0 Feb 02.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계절을 잊고 피어난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일까?

삶과 싸우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에 맞추기 현관을 나와 앞마당을 지나치기를 한 달, 그곳에 장미가 있을 줄은 몰랐다. 가느다란 줄기 위에 매달린 붉은 꽃 한 송이. 지루하던 풍경이 비로소 환해졌다. 이 장미는 계절을 잊고 피어난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일까? 나는 더 이상 굵고 단단한 줄기를 뻗어 올리던 장미가 아니다. 한때는 날 선 가시를 세우고 서둘러 꽃을 피웠지만, 이제는 가
댓글 0 Feb 01. 2025
엄마, 나만 따라 와
한 달 여행 숙소를 고를 때 보는 단 하나의 조건은?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 _ 한국 여행지를 정하면 가장 먼저 숙소를 예약한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지, 또 무엇을 먹을지는 즉흥적으로 정하는 편이지만, 숙소만큼은 미리 정해두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두 아이와 함께하는 한 달 여행은 주로 에어비앤비나 VRBO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했는데, 숙소를 고를 때 필터링에 넣는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세탁기'였다. 짐을 가볍게
댓글 0 Jan 31. 2025
아내 안에 안 해
적군 섬멸 완료! 침임자들과의 한밤의 사투!

빈틈이 많은 데다 위험을 무릅쓰기 위해 태어난 아이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아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다 침입자와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문을 연 아이도, 뜻밖의 방문객도 놀랐다. 침입자는 반사적으로 1층으로 뛰어내려 갔다. 아이는 살금살금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거실 구석, 드럼 세트 뒤쪽으로 몸을 숨긴 침입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때 거실 반대편에서도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위협을 직감한 아이는 불을
댓글 0 Jan 31. 2025
새벽 세 시 그리고 오후 네 시
시내버스의 세계와 택시의 세계, 그리고 그 사이

경계를 훌쩍 넘나드는 자유 2위안의 행복, 요즘 시내버스 타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조금 더 길어졌지만, 시간은 오히려 더 빨리 흐르는 듯하다. 창밖의 풍경이 끊임없이 바뀌고,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일이 묘한 즐거움을 준다. 평생 시내버스만 타던 사람은 택시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몰라서 택시 한번 타기가 머뭇거려지고,평생 택시만 타던 사
댓글 0 Jan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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