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디저트는 너무도 '돼지'였던 것

눈에 속느라 망쳐버린 티타임

by 윤소희

아기 때부터 안고 자던 돼지 인형 때문인지, 막내 아이는 돼지를 사랑한다. 장래 희망 역시 돼지를 행복하게 키우는 농부가 되는 것일 정도로.

마침 너무도 귀여운 ‘돼지’ 모양의 디저트가 있기에, 아이를 위해 티타임을 준비했다.


돼지.jpg 그저 귀엽고 달콤한 디저트일 뿐이었는데 아이에게 테러한 셈이 되었다


좋아할 줄 알았던 아이들은 난색을 표했다.

Please tell me this is fake.

진짜 돼지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아이들은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애써 골라 주문한 노력이 헛되이 버려지는 게 싫어 눈을 부릅떴다.


눈을 감고 한 입을 베어 물던 막내가 눈을 뜨고 반쯤 잘린 돼지 머리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손을 입에 대고 거실을 한 바퀴 달리다 결국 바닥에 다 토해내고 말았다.

나는 아이에게 사랑으로 기르던 애완용 돼지를 억지로 먹인 야만적인 적국 군인이 된 셈이다.

바로 전에 돼지고기 요리를 누구보다 맛있게 먹은 녀석이면서.


이미 네모난 조각이 되어 있는 ‘돼지고기’는 돼지가 아니지만, 분홍색 귀와 코를 달고 있는 달콤한 디저트는 너무도 ‘돼지’였던 것이다.


"눈은 우리의 뇌가 연장되어 생성된 우리 영혼의 거울*"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눈에서 착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눈을 통하여' 사고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각에 그렇게도 쉽게 속고 마는 것을.


바닥에 쏟아진 토사물을 보고 나니, 귀엽고 달콤한 디저트를 나도 더 이상은 못 먹게 되어버렸다.



(*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