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l Capek - White Peach Tea
Karel Capek의 White Peach Tea 한 잔을 책상에 올려놓으니 달콤한 향이 가득하다. 향초의 향이 묻힐 만큼 짙은 복숭아 향이 오래도록 방안을 떠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잘 익은 복숭아를 떠올리면, 엄마에게 여러 번 들었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시장에서 탐스럽게 익은 커다란 복숭아를 발견했는데, 매서운 시집살이를 하던 엄마는 겨우 복숭아 하나도 마음대로 살 용기가 없었다. 마침 이유식을 하고 있던 내게 먹인다는 핑계로 복숭아 하나를 사들고 돌아온 엄마는 마음이 급했다.
아직 돌도 안 된 작은 아기 손에 커다란 복숭아를 들려준 엄마는 내심 기대 했다. '아기가 조금 빨아먹다 남겨 주면 복숭아는 내 차지가 된다’ 하지만 아기는 몇 개 없는 이와 잇몸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를 힘껏 물고 빨았다. 복숭아는 점점 줄어드는데, 아기는 손에서 놓을 줄 모르고. 엄마는 점점 애가 탔다.
마침내 아기가 엄마에게 남겨 준 건 딱딱한 복숭아 씨 한 개.
복숭아 티를 홀짝이며 그날의 엄마를 상상해 본다. 3분도 안 되게 짧게 우린 차에서 떫은맛이 느껴졌다. 달콤한 복숭아 향 뒤에 서럽고 원망스럽던 엄마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일까. 엄마는 아마 알지도 못할 티 안에 그날의 엄마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모양이다.
그날 복숭아를 충분히 먹었기 때문인지, 나는 딱딱한 복숭아는 먹어도 말랑한 복숭아는 잘 먹지 않게 되었다. 복숭아 철이 왔으니 잘 익은 복숭아가 나오면 엄마에게 보내드려야겠다.
**복숭아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두 돌 이후에 먹이는 게 좋다는 육아 상식은 나중에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