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밀고 나가는 건 조금 거칠어도 묵직한 힘

Fortnum & Mason - ASSAM superb

by 윤소희

아주 가끔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며 축하하거나 기념할 일이 생긴다.

두 아이 모두 단 걸 즐기지 않다 보니 케이크를 고르고, 촛불을 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몹시 즐기지만 막상 먹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서로 미뤄댄다.

우리 집에서 케이크는 화려하고 예쁜 하이힐 같다.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설렘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지 못하고 모셔 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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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놓고 보니 지원군이 간절히 필요하다.

마침 나타난 늠름한 기사는 Fortnum & Mason의 Assam Superb.


3분을 채 우리기도 전에 밤색 도는 짙은 수색.

구수한 몰트 향과 쌉쌀한 풀향기가 살짝 감도는 짙고 무게감 있는 차 한 잔 덕분에 케이크를 한 조각이 아니라 두세 조각도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삶에서 달콤한 케이크도 필요하지만,

삶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데는 역시 조금은 거칠어도 강하고 묵직한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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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num & Mason의 Assam Superb.


아이가 온몸으로 tic을 하고 엄마와 eye contact도 하지 않았을 때도 의사가 정신과 약물 따위를 처방해 줄 때도

묵묵하지만 강하고 묵직하게 끌고 나아가는 힘이 없었더라면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골라 준 달콤한 딸기 케이크 같은 건 영영 없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