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겨우 진흙과 물뿐이라 해도

푸젠 성 토루(土楼) 지역의 홍차, 홍미인(红美人)

by 윤소희

푸젠 성 토루(土楼) 지역의 특산 홍차, 홍미인(红美人).


'미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겉모습이 화려한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화려한 향을 자랑하는 일부 가향차들처럼 맛의 깊이는 뒷전으로 하더라도 향으로 우선 매혹시키고 보자는 그런 외적인 아름다움을.


그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홍미인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발그레 홍조가 도는 야무지고 건강한 아가씨 같다. 잘 익은 군고구마 같은 구수한 단맛이 투박하지 않고 작은 열매처럼 예쁘고 단단하게 담겨 있다.


홍미인1.JPG 红美人의 찻잎


토착민들에게 소외당하며 자기들끼리 흙으로 만든 벽돌집인 토루에 모여 살면서도 '중국의 유태인'이라 불릴 만큼 잘 살아온 객가족들의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홍미인.

차만 맛있게 즐긴 게 아니라 왠지 나도 야무지게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겠다는 힘까지 얻는 티타임!

문득 몇 년 전에 읽은 제시카 재클리의 <Clay, water, brick> 이 떠올랐다.


홍미인2.png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든 먹고살아야 했던 아프리카의 어린 소년 가장이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주저앉아 진흙을 판다.

아무 소용도 없어 보이던 그 일을 통해, 어느 순간 벽돌 한 장이 만들어진다. 물론 금세 부서져 버리는 벽돌이었지만. 하지만 계속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제대로 된 벽돌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었고 소년은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게 겨우 진흙과 물뿐이면 어떤가.

그것이 벽돌이 되고, 커다란 토루가 되고, 그 안에서 이토록 멋진 홍미인이 만들어지는 게 삶이지.

삶이란 그래서 또 살아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