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걸 들으면 좀 오싹하지 않은가요?

평균 이상의 지능이 아니면 절대 읽지 않을 글

by 윤소희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1화


당신은 남에게 칭찬 듣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자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비판적일 때가 종종 있죠. 당신은 일단 누군가와 우정이 두터워지면 그 사람을 감싸주고 보호해 주는 인간미가 있지만,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충고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입니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경험했거나 보지 않은 것에 대해 만족스러운 증거가 없다면 쉽게 남의 말을 믿지 않을 거고요.

때때로 외향적이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내성적인 면도 있어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아무에게나 쉽게 꺼내지 못하죠. 물론 겉으로 강한 듯하면서도 정말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건지 회의가 들어 주저할 때가 종종 있을 겁니다.

당신 스스로도 알고 있는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한데, 내부에 분명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숨은 잠재력이 있어요. 당신은 그걸 잘 알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자긍심도 있지만,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할 때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죠. 다소 소극적으로 보일 때도 물론 있지만,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입니다.

어쨌거나 희망을 찾아,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노력하고 있군요.


어떻습니까? 정확하게 당신을 묘사하고 있나요? 방금 읽은 성격 묘사가 85% 이상 맞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이런 글을 읽지도 않을뿐더러 이 글을 집어 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이 글을 읽기에 딱 맞는 사람, 이 글을 읽도록 운명 지워진 사람인 거죠.


운명이란 말이 좀 거북한가요? 당신은 물론 운명론자는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그럼,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는 각각 1860년과 1960년, 100년 차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건 아마 알고 있을 테고. 둘 다 금요일에 암살당했고 암살 당시 부인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링컨은 포드 극장에, 케네디는 포드에서 만든 링컨 자동차에 있었다는 것도 혹시 알고 있었나요? 두 대통령을 살해한 암살자들은 모두 재판을 받지 않았죠. 링컨의 후임은 앤드루 존슨, 케네디의 후임은 린든 존슨으로, 앤드루는 1808년에, 린든은 1908년에 태어났습니다. 이런 일이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1898년에 쓰인 로버트슨의 소설에는 ‘타이탄’이라는 거대한 선박이 등장합니다. 타이탄 호는 당시 제작된 선박 중 최대 규모로 내부는 어느 호화 호텔 못지않게 화려했죠. 타이탄 호는 4월에 뉴펀들랜드에서 4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합니다. 아,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죠? 맞아요. 뱃머리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던 케이트 윈슬렛과 뒤에서 그녀를 안고 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기억할 겁니다. 이 소설이 쓰인 지 14년 후, 같은 달, 같은 장소에서 당신도 영화로 잘 알고 있는 타이타닉 호가 실제로 빙산에 충돌해 침몰했죠. 타이탄 호와 타이타닉 호는 모두 자정 무렵 빙산에 충돌했습니다. 두 선박 모두 세 개의 프로펠러와 두 개의 돛이 있었고, 수용인원이 3천 명이었지만 구명보트는 필요한 숫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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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 한 장면 (좌) / 로버트슨의 소설 <타이탄> (우)


좀 오싹하지 않은가요? 소설을 감명 깊게 읽은 누군가가 소설을 실현하기 위해 일부러 그 거대한 선박을 건조하고 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빙하에 부딪히게 해 침몰시킨 걸까요?


당신은 사례가 겨우 이것뿐이냐고 묻는 거군요? 그렇다면 잔 다르크와 유관순, 나폴레옹 1세와 아돌프 히틀러, 조지아나 스펜서와 다이애나 스펜서, 이구나치우스와 프랭크 조셉, 마릴린 먼로와 최진실 등은 어떻습니까? 각각의 소름 끼치게 닮은 인생이 궁금하다면 잠시 읽던 글을 멈추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좋습니다.


모자라면 더 열거해 볼까요? 사실 이런 유명인들에 국한시키지 않고 무명인들의 닮은꼴 운명까지 거론한다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겁니다. 그리고 겨우 닮은꼴 운명 사례들만 거론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예언된 운명에 따른 삶들을 거론하기 시작한다면, 본론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아니 영영 끝도 나지 않겠네요.


간혹 운명이란 말에 진저리를 치며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잘 알고 있죠. 당신은 비겁하게 운명이나 탓하고 운명 뒤에 숨는 그런 숙명론자가 절대 아니란 걸. 하지만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논리적으로 인과 관계를 깔끔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당신 주변에 여전히 많다는 걸 부인하진 못할 겁니다.


여전히 당신 주위에선 곧 죽을 거란 진단을 받고도 병이 낫고, 맹인이 눈을 뜨고, 가끔 죽은 자도 살아나서 자신이 본 저승이나 천국을 묘사한 책을 출판하기도 합니다. 방금 시계를 보니 01:01이었는데, 잠시 다른 일을 하다 무심코 보니 02:02 인 작지만 신기한 경험들, 그리고 꿈에서 불이 나서 얼른 집을 나왔는데 진짜 집에서 불이 났다고 말하는 사람들. 전부 부인하고 싶지만, 어쨌든 현실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일어나는 일들이고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마음이 개운치는 않을 겁니다.


사실 당연한 겁니다. 운명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전에 약간의 의심을 품는 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다른 또래들보다 조금 더 매력적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보다 조금 더 능력이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스마트한 사람이니까. 평균 이상의 지능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 글을 집어 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당신에게 주문을 걸어 드리죠.


(TO BE CONTINUED)


2화를 읽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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