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Jun 25. 2020

죽음과 이해 불가해한 쓰레기 앞에서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깨끗이 한 사람. 

자살 전 자신의 시체를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독촉이 이어지다 마침내 전기가 끊긴 날, 목을 매고 목숨을 끊은 사람. 

집 전체에 수천 개의 페트병에 자신의 오줌을 모아 두고, 집안에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사람. 

죽은 고양이의 눈과 내장이 다 팰 때까지 끊임없이 탈취제와 살충제를 뿌리며 고양이 시체와 함께 산 사람. 

… 


책 속에 등장하는 고립사와 이해 불가해한 쓰레기들을 보며,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가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을 보든 그 안에서 ‘나’를 보게 되는 건지 모른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이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여야 할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타살 권유는 아닐까?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척추를 가진 포유류가 썩는 냄새는 한번 경험하면 다른 냄새와 오인하지 않을 만큼 고유하다.


검경이 나서서 피해자에게 청소 서비스라도 해서 도움을 줄 만큼 일반인은 손쓸 도리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건은 주로 돈과 연관된 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계장의 성은 '임'이 아닐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