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는 행복한 돼지

teapigs - darjeeling earl grey

by 윤소희


teapigs 차들에 매료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유기농'이나 '환경친화' 등의 말들이 내 죄책감을 조금 무마시켜주면서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독특한 이름이며, 각각의 차에 맞게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 그림까지. 개성 있는 데다 따뜻해서 좋다.


teapigs라니, 차… 그리고 돼지. 차 마시는 행복한 돼지?


막내 아이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돼지를 키우는 농부라고 답한다. 절대로 대량 사육은 안 되고, 딱 돼지 몇 마리만 행복하게 키우는 농부가 되는 게 꿈이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돼지 인형을 안고 자더니, 세상에서 돼지가 가장 좋단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나, 유명해지기 위해서나, 파워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돼지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가 나는 참 좋다.

대통령이나, 의사, 과학자, 판사 따위의 대답을 기대했다가 ‘농부’라는 답이 나오자, 허둥지둥 뭐라고 덕담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침 teapigs의 darjeeling earl grey* 봉투에는 아이가 키우고 싶어 하는 귀여운 닥스훈트가 파란색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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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신 얼 그레이 중 가장 깔끔하다. 다른 얼 그레이처럼 ‘질 낮은’ 중국차를 쓰지 않고 다질링을 썼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깔끔하고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중국에 살면서 중국에서 나는 질 좋은 홍차를 많이 마셔 보았기 때문에, ‘질 낮은 중국차’ 같은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찻물이 살짝 식자, 쌉쌀한 풀잎 맛 같은 게 살짝 감돈다. 조금 더 입에 넣고 굴려 보니, 국화 향 비슷하다. 설마 ‘예뻐서’ 살짝 넣은 수레국화가 향을 이리도 맘껏 발휘하는 걸까.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내 맘대로 우유를 듬뿍 넣은 밀크티로 마셔도 맛있다.

다음에는 막내 아이와 함께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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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redients: darjeeling tea (98%), natural flavorings, corn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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