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가 되지 않으면 생명과 소속을 빼앗길 수도

<화이트 호스> - 강화길

by 윤소희
“실종된 여자들은 모두 마지막에 택시를 탔다. … 이제 나는 택시 앞자리에 앉지 않는다. 오른쪽 뒷좌석, 운전사의 목덜미가 잘 보이는 자리에만 앉는다. 그들의 표정을 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택시 번호를 보내거나 그에 관한 통화를 할 때, 그들의 옆얼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목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이들은 두렵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건, 그래서 긴급 신고 번호를 눌러놓은 핸드폰을 몰래 꼭 쥐고 있게 하는 건, 일말의 불쾌감도 드러내지 않는 매끈한 얼굴들이었다.”
-강화길 소설 '서우' 중


마침 이 소설을 읽던 날, 한적한 길에서 이상한 트럭을 만났다. 마치 따라오는 듯 천천히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겨우 몇 백 미터 정도의 길이었지만, 끝날 것 같지 않는 공포의 길이었다.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여성이 겪고 있는 ‘이중의 폭력’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를 실감 나게 보여 주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들이 어떻게 하는 지도.


"이중의 압력… 먼저 ‘남성 인물이 재현하는’ 살해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고, ‘여성 인물이 재현하는’ 질서의 작동 원리, 그것이 암묵적으로 지시, 명령하는 금기와 규칙을 습득, 준수해야만 한다. 이 두 개의 압력을 각각 ‘남성적 폭력’과 ‘여성적 폭력’이라고 불러볼 수 있을까. 만약 그 두 가지 압력이 요구하는 바대로 ‘착한 소녀’가 되지 않는다면 전자는 생명을, 후자는 소속을 빼앗아가겠다고 협박한다.”
-신샛별의 해설 중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사게 될 작가 한 명이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화이트호스1.jpeg
화이트호스.jpeg
<화이트 호스> - 강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