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Aug 22. 2020

딱 한 번만, 아주 살짝!

자전거 체인에 손가락을 집어넣던 아이

비명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울음소리에 놀라서 달려온 어른들. 손가락이 잘려나갈 듯한 극심한 통증과 끼었던 부위만 비현실적으로 커진 듯한 착각. 손가락이 부풀었다 줄었다 반복하는 듯 욱신욱신 쑤셔댄다. 모든 신경이 통증 부위에 몰려, 그 작은 통증 부위가 마치 내 온몸이고 우주인 듯하다. 다른 어떤 생각도 끼어들지 못한다. 극대화된 통각을 분산시켜 보려고 악을 쓰며 울어댔다. 


거기 다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어떡해! 바보 같이. 

아이큐도, 성적도 나쁘지 않은 내가 살아오면서 심심치 않게 들어온 말이다. 바보 같이. 


현명한 외면보다는 열정적인 실책을 좋아한다는 아나톨 프랑스처럼, 현명해서 차갑기보다는 바보 같아 뜨겁게 사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온몸을 던져 실제로 느껴보는 쪽을,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저지르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며. 때로는 돌아가는 톱니바퀴나 닫히는 문틈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보는 것처럼 결과가 너무 자명한 일들마저도 실제로 겪어보고 느껴보고 싶어 했다.  


왼손 엄지손톱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호기심과 매혹에 몸을 던진 결과로 얻은 흔적. 후에 살면서 얻게 될 수많은 ‘열정적인 실책’의 흔적과 상처들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작아 귀엽기까지 한.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전거 체인 앞에서 손가락을 집어 넣으려는 순간, 다섯 살배기 꼬마가 살짝 고개를 들어 내게 눈짓을 한다. 이제는 자주 망설이고 주저하며 저지르지 못하는 내게 속삭인다.  

딱 한 번만, 아주 살짝. 


이전 02화 강냉이, 엄마 뱃속에서 나를 키워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