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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19. 2020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만세!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 코붱

코난(코로나 난민)족으로 집 떠나 생활한 지 7개월째. 집 떠나 불편한 점도 많지만, 중국이 아니라 누릴 수 있는 좋은 점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맘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중국에 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몇 번 브런치 접속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 차단 시스템을 앞세워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등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유료로 VPN을 사용하지만,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넉 달 동안 브런치를 맘껏 누렸다. 이 글이 300번째 발행 글이니 하루에 두 편 이상 꾸준히 올린 셈이다. 브런치를 하며 글을 맘껏 쓰고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브런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내 글을 읽고 따뜻한 말을 건네준 이들을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중 하나인 코붱 님이 얼마 전에 출간한 책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를 얼른 주문해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 읽었다. 


심각한 길치임에도 운전할 때 네비를 잘 쓰지 않는다. 네비가 쉽게 인도해 주는 것도 잘 따르지 못해 자주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라는 핀잔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네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친절하게 말하며 안내를 종료해 버렸는데, 내 차는 고가 위에 있었다. 알고 보니 목적지가 고가 바로 아래 있었던 것. 그날 화를 내기보다는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네비 자체도 완벽하지 않은데, 네비의 핀잔에 풀이 죽거나 스트레스를 받다니.  


그 후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만세'를 외치며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네비가 정한 경로를 이탈했을 뿐 나는 여전히 내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알기에. 때로는 좁고 구불구불하고 많이 돌아갈 지라도, 네비가 옳다고 말하는 길보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좋다. 


경로를 이탈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코붱 님. 

코붱 님이 정의한 ‘백수’라면 평생 백수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백수는 돈도 못 벌고 아무것도 못하는 루저가 아니라 돈 버는 일만 제외하고 뭐든 다 해볼 수 있는 ‘진정한 승부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 코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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