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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0. 2020

침묵이 결코 우리를 지켜줄 수 없음을 보여준 용기

<김지은입니다>-김지은

4월에 읽기 시작한 책을 8월에야 겨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한 자 한 자 읽어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아팠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써준 김지은에게 고마웠다. ‘여성의 40퍼센트가 성폭력을 경험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한 사람으로 김지은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일상 폭력이라고 할 만큼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우리는 아닌 척 살아간다. ‘성’이 들어가는 폭력만큼은 모든 수치가 피해자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가해자는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한데. 


“악이 승리하려면 선한 자들이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 영화 <갱스터 스쿼드> 중 


많은 경우 침묵이 우리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하고 침묵을 택하지만, 결국 침묵으로 지옥은 더 확장되고 더 많은 피해자를 지옥에 빠뜨린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이 김지은에게 2차 가해로 쏟아지고 있지만, 그런 추악한 말들의 포화 속에서도 김지은은 스스로의 존엄과 품위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입을 떼고 글을 썼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은 나의 경험을 피해자의 언어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이 말하지 못했던, 감춰야만 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숱한 사연과 깊은 시간을 모두 함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하고 싶었다.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하지 않은 김지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전국성폭력 상담소 협의회 <굿바이 회전목마> 12p.) 


<김지은입니다> - 김지은


     내게 범죄 한 그다음 주 안희정은 미투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범죄가 끝나고, 새벽 2시가 넘은 늦은 시간 안희정은 내게 말했다. “아침에 아내가 오기로 했으니 청소를 하고 나가라."   


피해를 당할 때도 아니라고 거부하고 반항하긴 하였지만 그것은 소극적인 자세였다고 봐야 한다. 남자에게 거부는 거부가 아니다. 부정은 긍정이다. 저항은 더 적극적으로 ‘싫어요’ ‘안 돼요’ ‘악!’ 소리치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할퀴고 외국이나 심야일지라도 밖으로 뛰쳐나와 러시아, 스위스 경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 것이다. - 안희정의 변호인이 던진 질문과 논리 중


사건에 대한 의견은 없었고, 대부분이 나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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