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흐릿해지는 시린 기억 한 잔
계피향, 생강향, 창포향이 난다는 육계(肉桂)를 골랐다.
향이 깊고도 짙다. 창포향은 맡아본 적 없어 차치하더라도 계피나 생강향과 비슷한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이 깊고 묵직해 나름의 매력이 있다.
비가 오는 날은 아프지 않은 사람도 밖에 잘 안 나가니 향이 짙은 차나 술을 찾게 되나 보다.
추억을 더듬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肉桂 차 향에 몹시 춥고 어두웠던 시카고에서의 겨울날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밝고 따뜻한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아무리 춥고 시리던 순간도 기억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슬며시 따뜻하게 흐릿해지며 그 어떤 예리한 통증도 몽톡하니 보드라워진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시간의 위대한 힘을 감탄하며..
육계 한 모금 다시 넘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