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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Feb 13. 2021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_결국 '존버'만이 '격변'을

<시선으로부터,>_정세랑

이제 겨우 10년 썼으니, 앞으로 10년은 더 버텨야 ‘격변’이 일어나겠군요. 


"이십 년에 한 번씩 오는 격변은 표현 능력의 도약일 수도 있고, 새로운 주제로의 전환일 수도 있고, 갑자기 마음을 빼앗는 재료일 수도 있고, 그때껏 발견하지 못했던 색일 수도 있고, 참선 끝의 득오일 수도 있습니다. …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중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 대가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중


그토록 오래 공들인 책 <여백을 채우는 사랑>이 출간되었는데, 기쁨은 아주 잠깐. 사실 요 며칠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아무리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이라 해도,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읽힐 수 있는 기회마저 없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리어카에 과일을 싣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싱싱한 과일이 왔어요." 하는 과일장수처럼 "책 사세요" 부르짖는 일이 솔직히 전혀 즐겁지가 않거든요.


분명 이 소설은 글쓰기에 관한 소설은 아닌데, 주인공 심시선이 매일 읽고 쓰고 있는 제게 직접 조언해 주는 것처럼 들렸어요. 

잘 쓰는 재능도 필요 없고, 글 쓰면서 매일 행복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그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되네요.

항상 즐겁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눈물이 글썽할 만큼 위로가 되다니.

자신의 책을 홍보하면서 즐겁지 않은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모양이에요.


다양한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고 쓰는 걸 질리지 않고 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질리지 않고 읽고 쓰고 있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재능'이거든요.


<여백을 채우는 사랑> (여채사)_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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