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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Feb 21. 2021

'띠지'만 벗겨도 책은 다르게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 놓은 진실을 알아채는 독자

외모가 저렇게 화려한 분이 무슨 성경을 가르친다고…


이렇게 말했던 분이 지금 나와 함께 공부하며 성경을 열심히 읽어나가고 있다. 심지어 내 일이라면 여러 가지로 돕고 응원도 해준다. 첫인상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차가워서 접근하기 힘들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한 꺼풀만 벗기면 멍과 상처 투성이에 눈물 많은 울보인데... 


인스타에 올라온 <여백을 채우는 사랑> 리뷰 중이 이런 말이 있었다. 


“전직 아나운서로서 베이징에서 오래 살고 있는 작가라는 선입견은, 죄송한 얘기지만 어딘가 ‘금수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책에서 만난 작가의 마음은, 시선은 가벼이 읽어 넘길 수 없는 깊이와 고뇌까지 느끼게 했다.” 


https://www.instagram.com/p/CLhF-VqlW53/?igshid=16gq182hgm7ju


겉모습에 속지 않고 여백에 숨겨 놓은 진실을 알아봐 주는 독자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에 감사한다. 

KBS 아나운서, Top school MBA, Bain & Company 컨설턴트 등 반짝이는 경력에서 다시 작가로 서기까지 긴 ‘터널의 시간’이 있었다. 지금 ‘나’라는 사람을 만든 건 대부분 그 긴 ‘터널의 시간’이었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그 긴 ‘터널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겁이 많은 나는 아직 손톱만큼도 꺼내지 못했지만…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44


브런치에 ‘얘, 한국에선 그지 같은 남편이라도 있어야 돼!’라는 제목으로 올린 짧은 콩트가 엊그제 10만 뷰를 넘어섰다. 140개가 넘는 댓글 중에는 악플도 몇 개 있었고, 그 때문에 며칠을 울기도 했다. 그게 전부 지어낸 이야기라면 좋았겠지만 (물론 실화를 듣지 못했다면 그런 역겨운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만), 실은 내가 사랑하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겪은 일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겨우 서너 개의 악플에도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끼면서, 그 긴 ‘터널의 시간’에 대해 얼마나 글로 풀어낼 수 있을지, 여전히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보려고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채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놓은 진실을 읽어내는 독자들이 있기에... 



“새롭게 알아가는 모든 순간은 빛나고 설레겠지만 몹시 아프기도 할 것이다.” 

'‘낯설게’ 보기’ 일부,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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