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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17. 2021

하이힐을 신고 낭창거리며 걸을 수 있다는 기대

아름다움이 목숨보다 소중한가

기본적인 펌프스는 블랙과 브라운에 네이비와 레드, 실버까지. 패디큐어 받은 발톱을 살짝 보여 주는 토 오픈 힐, 밑창과 굽이 연결된 웨지 힐, 굽이 낮아 편한 플랫 슈즈, 발꿈치에 살짝 스트랩을 걸치는 슬링 백, 굽이 10센티 이상으로 아찔한 킬 힐, 복숭아 뼈를 살짝 드러내 보여주는 부티, 발목을 감싸주는 앵클부츠, 무릎까지 오는 부츠와 '귀여운 연인'을 연상시키는 허벅지 부츠까지. 신발장을 열면, 운동화와 여름 샌들류를 제외하고도 구두가 수십 켤레. 


사실 그 많은 신발 중 평소에 신는 건 한두 켤레뿐. 대부분은 어쩌다 한번 신을까 말까. 솔직히 반 이상은 한두 번 이상 신어보지 못했다.  


길을 나서는 즉시 

화끈화끈하게 불이 나는 발바닥,  

살갗이 벗겨져 따가운 발뒤꿈치, 

가는 못으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의 발가락들로 

후회할 지라도 

휘청휘청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아찔할 지라도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고 얇은 발목을 스트랩으로 살짝 묶어 포인트를 주는 빨간 하이힐을 신고 낭창거리며 걸을 수 있는 기대와 가능성이 있는 삶.  

기대와 가능성을 버리고 싶지 않아 이 많은 구두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거겠지. 

실제로 신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지도. 




하이힐에 관한 짧은 이야기


하이힐은 키가 작은 여성을 위한 구두가 아니라 키가 큰 여성을 위한 구두다. 무게중심이 앞에 있는 하이힐은 작은 사람이 신으면 피할 수 없이 배가 나오게 되어 있고, 키가 큰 사람이 신으면 골반 부분에서 상체가 뒤로 젖혀져 배가 들어가고 허벅지 부분이 도드라지게 나오게 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하이힐을 신고 15분만 걸어도 발가락이 받는 압력은 300킬로 파스칼이 넘는다. (참고: 압력 밥솥에서 밥이 끓을 때 압력이 약 70킬로 파스칼). 하이힐을 계속 고집하면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족근부염좌, 관절염 등에 노출되고, 장기간 신으면 척추 자세도 변형된다. 


그래도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다면, 아름다움이 목숨보다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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