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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16. 2021

아무리 나라도 사랑스러워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자, 오늘부터 나를 사랑하자’ 하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 타인을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스러워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마음먹는다고 사랑하게 되진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를 떠올려 보았다. 눈에 들기 위해 머리를 매만지고, 얼굴과 옷차림을 돌아보지 않았던가. 한 마디를 건넬 때도 목소리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애쓰고,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언어를 쓰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고르기도 했다. 오직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맞추려 했었다. 


스스로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 어떤 모습, 어떤 행동을 마음에 들어하는가. 먼저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해야 한다. 


나보다는 남, 특히 연약한 이들에게 시선을 두고 그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이들을 존경한다. 쓸모나 효용가치를 논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끌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심이 아닌 자신의 존엄을 지켜가는 이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가끔 자신을 사랑하는 걸 이기적인 삶의 태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몇 가지 질문을 해 보면 답은 금세 나온다.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에게 끌릴 수 있는가. 그런 이를 마음에 들어하는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로 돌려야 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 선한 일을 하고, 다른 이를 위해 애쓰는 모습. 쓸모나 효용가치를 논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런 나를 보면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동안 나 자신을 미워하느라 마음이 많이 상했다. 밉다고 보지 않을 수도, 그로부터 달아날 수도 없어서 병이 더 깊어갔다. 그런 나를 끌어안고 사랑해보겠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엊그제 전화로 아프다고 하소연하던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다. 말라붙은 식물의 잎을 잘라내고, 물을 흠뻑 준 후 통풍이 잘 되는 창가로 옮겨 두어야지. 매일 아침 문밖을 쓸고 닦는 아주머니께 쑥스럽지만 시원한 음료를 건네며 말을 걸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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