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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2. 2021

인스타 라방을 하는 세 가지 이유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

인스타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을 하고 있다. 올해 2월 27일에 인스타 첫 라방*을 했으니, 이제 반년이 되었다. 8월 21일 장기 여행으로 6주간 휴방했던 라방을 다시 재개하면서, 라방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든 처음 하는 것보다 하던 걸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게 어려운 법이라,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19


나는 인스타 라방을 왜 하는가? 


첫째,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에 갇히고 사고가 굳어지기 쉽다. 나이가 드는데 아무 조처를 하지 않으면 원하든 원치 않든 금세 ‘꼰대’가 된다. 자기 생각이 전부인 줄 착각하고 살지 않으려면, 우선 나보다 젊은 이들과 다양한 교류를 시도해야 한다. 페북이 4,50대가 주류라면, 인스타는 2,30대가 많다. 인스타 안에서 나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고, 여러 가지로 뒤떨어진다. 익숙지 않은 언어와 생각을 만나면 불편할 때도 있지만, 기존의 생각과 부딪히는 ‘불편’한 마주침 속에서 나 자신이 조금씩 변화한다.  


피드를 올리고 다양한 인친들의 피드를 보는 것도 굳은 사고를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만, 아무래도 실시간 직접 교류하는 ‘라방’이 훨씬 효과가 좋다. 즉석에서 젊은 이들의 댓글 반응을 보고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단조롭던 내 삶에 생기가 돈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


둘째, 아나운서 시절에도 하지 못했던 ‘진짜’ 방송이라서 


사실 첫 직장이 방송국이었기에, TV와 라디오에서 다양한 방송을 해 보았다. 녹음이나 녹화 방송, 생방송을 할 때 나름의 희열과 보람이 있었지만, 뭔가 본질보다는 껍데기에 포커스가 있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었다. 예를 들면 방송을 준비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머리를 만지고 메이크업을 하는 데 쓴다. 방송 후 아나운서실에서 평가를 받을 때나, 시청자들이 피드백을 보낼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건 방송의 내용이 아니라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방송 내용은 PD와 방송작가들이 만든 원고로 이미 결정이 되어 있고,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적다. (그나마 라디오 방송이 좀 더 멘트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인스타에서 매주 라방을 진행할 때, 나는 오직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기는 하지만 머리를 하기 위해 미용실에 갈 필요도 없고, 심지어 화장도 전혀 하지 않는다. (라방할 때 간단한 필터 하나만 써도 잡티 등이 전혀 나오지 않음) 내가 그날 전할 내용만 생각하면 된다.  


라방을 시청하는 인친이 아직은 몇십 명 수준이지만, 적은 사람이라도 댓글을 통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니 방송이 살아있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 


덤으로 공중파 방송은 사정이 있어도 절대 펑크 내면 안 되지만, 인스타 라방은 여행을 할 때처럼 사정이 있을 때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방송을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


셋째, 독서 또는 글쓰기와의 시너지 효과 때문에 


책 읽는 걸 좋아해 평소에도 일주일에 5,6 권 정도는 읽는 편이다. 책 소개 라방을 하지 않아도 독서량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라방을 하기 전에는 책 한 권 한 권을 따로따로 읽었다면, 라방을 하면서 최근 읽은 책들을 연결하며 읽게 되었다. 책 소개 라방에서 한 번에 책 한 권을 소개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두세 권을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 함께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겁니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중


책 소개 라방을 위해 서로 다른 책을 연결할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자, 독서 자체가 더 재미있어졌다.  예기치 못한 부분을 연결하며 책을 읽을 때 창의적인 생각들이 더 자주 떠오른다. 게다가 책을 읽으며 깨닫고 생각한 것들을 라방을 통해 남에게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  


매주 30분 분량의 원고를 생각해 낸다는 건, 에세이 한 편씩 쓰는 효과와 같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일정한 분량의 원고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통해 글쓰기 공부도 되는 것이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


올 한 해 가장 잘한 일로 인스타 라방을 꼽고 싶다. 인스타 라방을 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기를 주고 조금씩 나아가게 해 주니 더 바랄 게 없다. 


(인스타그램: sohee_writer - 현재는 사정상 라방을 쉬고 있습니다)


*라방: 라이브 방송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19: 한 달 여행과 함께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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