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걷기에 좋은 길이 이어졌다. 집 앞 천변에서는 일종의 ‘버스킹’을 볼 수 있었고, 조금 더 걷자 머리 희끗한 노인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조금 더 걸으니 스케이트 파크가 나온다. 스케이트 보드로 묘기를 선보이는 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다. 한동안 땀을 흘린 후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작은 분수를 바라보았다.
집 근처가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이벤트 밀도*가 꽤 높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우연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으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는 거리가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중
많은 사람들이 더 걷고 싶은 거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역시 ‘이벤트 밀도’가 높은 사람이 아닐까. 그 사람과 함께라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더할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세종로보다는 샹젤리제 거리가, 테헤란로 보다는 홍대 앞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이 되고 싶다.
도시에 대한 책을 읽고, 도시를 걸으며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
*단위 거리당 출입구 숫자가 많아서 선택의 경우의 수가 많은 경우를 ‘이벤트 밀도가 높다’라고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