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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7. 2021

급할수록돌아가라? 아니, 당장 직진!

해야 할일만 쏙 빼고 하는 무기력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괜히 서두르다 일을 망치지 말라는 의미다. 무슨 일을 하든 조급해하는 내 성격에 딱 맞는 조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속담이 내 일을 더 망치기 시작했다. 성격이 바뀐 게 아니어서 여전히 뭘 하든 조급해한다. 어떻게든 서둘러 빨리 일을 마치고 싶어 하고.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책을 벌써 몇 권을 더 출간했어야 할 텐데, 원고 쓰는 일만큼은 ‘돌아가도 너무 돌아간다.' 


원고 쓰기라는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책을 몰아 읽으며, 마치 글 쓸 시간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급하게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책을 읽는 건 글 쓰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글 쓰는 데 방해가 될 정도라면 독서에 집착하는 이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불필요한 딴짓을 먼저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일종의 ‘무기력’의 표현이다. 


다음 달까지 책 두 권 분량의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편집자와 약속을 했다. 봄에는 여름에 한 달 여행을 가면 그때 몰아 써야지 하고 쓰기를 계속 미뤘다. 막상 여행을 떠나자 누적된 피로 때문에 감기를 지독히 앓았다. 아파서 드러눕게 되자 원고를 쓸 수 없었다. 일주일 만에 감기는 나았지만, 남은 여행 기간 동안에도 원고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여행 전 몸을 혹사했으니 쉬는 게 좋겠다는 핑계로… 여행이 끝난 후에도 원고 쓸 시간이 충분했지만, 원고만은 쓰지 않고 있다. 매일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딴짓을 하면서도…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보다 더 급할 수 없는데, 얼마나 더 돌아가야 할까. 돌다 돌다 이제는 조금 우회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기분이다.  


빨리 완성하고 싶다면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 된다. 시간이 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당장 시간을 내서 한 장 한 장 원고를 채워가면 된다. 


지금 내게 필요한 속담은 ‘급할수록 돌아가라’가 아니라, '급하지 않더라도 당장 직진하라’가 아닐까. 망설이며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것보다는 서둘러 가다 망치는 편이 낫겠다. 급하든 급하지 않든 갈 곳이 있다면 당장 출발해야 한다. 곁길로 세지 않고 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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