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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3. 2021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

가정예배의 유익은 동행


갑자기 간증을 하라고 연락이 와서 당황했다. 북경에서 받은 은혜면 뭐든 괜찮다고 하는데, 받은 은혜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오히려 고민이 되었다. 


북경에 처음 왔을 때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무기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라'는 말씀으로 일으키시고 출간 작가로, 아나운서로, 글쓰기와 성경 강사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셨다. 특히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사용하셔서, 지난 몇 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성경 수업을 하고 그들이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늘 영접기도를 하게 했는데, 지금까지 수업을 들은 모든 비신자들이 영접기도*를 했다.


가정에 주신 가장 큰 은혜는 매일 새벽 아이들과 가정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유치원 다닐 때 북경에 왔는데 교회에서 인도하는 대로 매일 큐티를 시작했다. 막내 아이는 심지어 한글을 다 떼지도 못했는데 큐티로 한글을 배웠다. 매년 일독씩 성경 통독을 6년째 하고 있다. 주말도, 방학도, 심지어 여행 중에도 아이들은 5시면 일어나 가정 예배를 드린다.


아이들과 매일 예배를 드리며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내 자녀를 넘어 '동역자'가 된다는 것이다. 간증 제안을 받고도 가장 먼저 찾은 건 아이들이었다. '뭘 간증하면 좋을까' 물으니, 아이가 '하나님께 먼저 물어보라'고 알려줬고, 그제야 '아차'하며 그 자리에 엎드려 기도했다. 기도 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에 대해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략방 예배 때 간증


가정예배 때 감사 제목을 많이 나누는데, 감사 제목으로 종종 등장하는 건 ‘죄를 들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혼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다. 아이들도 이제 아는 것이다. 잘못하는 데도 혼내지 않고 가만 내버려 두는 게 가장 무서운 벌이라는 걸.  


아무리 가정예배를 매일 드리고 성경통독을 몇 번씩 해도 무서운 '사춘기'는 찾아온다. '이 아이가 정년 내 아이 맞나'의 시기가 왔고, 코로나 때문에 '테크와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게임은커녕 티브이도 안 보던 아이들이 숙제한다면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몰래 보는 일이 생겼고, 심지어는 게임 아이템을 사려고 내 애플 아이디로 몰래 결제를 해 해킹당한 줄 알고 신용카드를 갱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죄’를 들키게 해 주셨고, 아이들은 혼이 나서 너무 감사하다고 간증을 했다. 혼나는 것보다 혹시라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고 두려운 시간, 재밌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계속 말씀이 생각나서 부대끼는 고통. 그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끊어내지 못하던 걸 끊어주시니 감사한 것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나 역시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간섭을 받는다. 도무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바로 며칠 전 일이다. 가정예배 직전에 두 아들이 말싸움을 시작했다. (13개월 차이 연년생으로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사이가 좋았는데, 사춘기에 들어가니 자주 싸운다.) 싸우고 나니 찬양할 때 목소리가 나올 리 없다. 찬양이 끝날 때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아이를 보다, 이번에는 내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제물을 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해부터 하고 오라'고 하신 말씀 기억 안 나냐며 소리를 꽥 질렀다. '이 따위로 할 거면 가정예배도 드리지 말자'라고 소리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휙' 돌아서 쿵쿵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두 아이 모두 큐티** 책을 들고 갔다는 것, 습관이 무섭다.


나도 씩씩거리며 큐티 책을 펼쳤다. 마치 그날 우리가 싸우고 화낼 걸 알고 미리 배치해 두신 것처럼 사사기 8장이 본문이었다. 사실 싸울 때는 돕지도 않다 공만 가로채려는 에브라임 사람들이나, 도와달라는 기드온의 요청을 거절한 숙곳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 기드온은 억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세워줄 때는 문제가 잘 해결되었지만, 분노 때문에 저주하고 복수를 다짐하자 기드온의 영적 권위가 점점 추락한다. 이런 말씀을 묵상하고도 계속 화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하나님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계속 마음을 찌르시니까. 결국 바로 아이들 방으로 찾아가 묵상한 내용을 나누고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이들 역시 같은 내용이 찔렸다며 함께 회개했다.


매일 가정예배를 드린다고 갑자기 우리 가족 모두가 경건해지고 완벽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똑같이 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가까이하는 한 하나님이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계속 마음을 찔러 회개하도록 하시고, 용기가 없어 못하고 있을 때는 들키게 해서라도 돌아오게 하신다. 


'넘어지는 건 인간적, 넘어진 채 일어나지 않는 건 사단적, 넘어진 걸 일으켜 세우는 게 그리스도적'이라는 말을 읽은 적 있다. 넘어질 수는 있지만,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가정예배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회개가 제일 쉬웠어요'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가정예배 때 회개하며 고백하는 죄는 웬만하면 혼내지 않는다.) 그래야 나중에 혹시라도 길을 벗어났을 때 돌아올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아서... 


기적을 베풀거나 큰 문제를 해결해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매일매일의 삶에서 동행하며 세밀한 음성으로 삶의 구석구석을 간섭해 주시는 은혜가 가장 큰 은혜가 아닐까.



*영접기도 -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인다는 걸 시인하는 기도 

**큐티(Quiet Time): 성경 말씀을 읽으며 묵상하며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


***중국은 지금 교회를 하나둘 씩 없애고 있다. 우리 교회도 몇 달 전에 예배당을 잃어 온라인 예배만 가능하고, 겨우 몇 가정이 모이는 '순' 단위로만 모여 예배를 이어오고 있다. 예전처럼 전교인이 모여 드리는 예배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 어제 큰 식당을 빌려 5개 순이 모인 '다락방'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라도 모여 예배드릴 수 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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