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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0. 2021

모국어가 다른 식구들 사이에 필요한 것

쉽고 간결한 한국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기

가끔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하는 싱거운 질문을 해보곤 한다. 부모가 한국인이니 국적이 한국이고,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중국에서 산 데다, 9년째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영어가 제일 편한 아이들을 보면 한국인이 아닌 것 같다. 중국인이나 미국인, 영국인도 아니니, ‘영어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웃으며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다.  


아이들은 국적만 한국일 뿐 한국인이 아닐 수 있다.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언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중국에 살면서,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동포만 봐도 확연히 두 무리로 나뉜다. 한국어를 잘하는 이들과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 국적은 똑같이 중국일 지라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은 ‘한국인’에 가깝다. 법적으로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가족임에도 서로의 모국어가 다르다 보니 심심치 않게 해프닝이 발생한다. 아이들에게 뭘 하라고 시켜 놓고 외출했다 돌아와 보면 아이들이 그 일에 손도 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네’ 하고 대답은 했지만, 실제로는 알아듣지 못해서 뭘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어처구니없이 쉬운 단어를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놀란 일도 많다. 맞춤법까지 들어가자면 한 문장도 틀리지 않고 쓸 수 없는 수준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가려면 추가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국어가 같은 부모 자녀라면 절대 겪지 않을 오해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게 뜻을 전하려고 애써야 한다.  


단어나 문장의 뜻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어를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하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더 쉬운 한국어로 풀어 설명해 주는 편이 아이들 한국어 교육에 더 좋다는 걸 알면서도, 늘 쉽고 간단한 방법만을 택해왔던 것이다. 물론 내 ‘국어 실력’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국어사전 찾아보는 일을 슬그머니 그만두었다. 위험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공부하고, 여기저기 사용해 보는 걸 게을리하다니.


단어나 문장, 상황을 좀 더 쉽고 간결한 한국어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건 아이들과 좀 더 잘 소통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 모국어를 아끼고 더 아름답게 쓰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어쩌면 아이들 한국어 실력 부족을 한탄할 게 아니라, 내 국어 실력 높이기에 먼저 힘써야 할 지도... 



*이 글은 아이들과 함께 20분 간 같은 소재 ('설명하려고 노력하기')로 글쓰기 할 때 쓴 글이다. 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 글이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끝나는 걸까.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는 교훈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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