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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4. 2021

잘려나가지도 흩어지지도 않는 두툼한 시간을 갖고 싶다

글 대신 꿈

몇 시간 이야기 나누고 뭔가를 깨달았다고 좋아하거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 놓았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더 많은 시간을 내주지 못했는지… 그저 가만히 곁을 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데. 


그렇게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고도 저녁이 되면 한숨이 난다. 뚝뚝 잘려나가지 않고 산산이 흩어지지도 않는 두툼한 시간 토막을 온전히 가져보고 싶어서.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눈꺼풀이 무겁다. 여러 번 울었기 때문인지, 에너지 방전이 평소보다 빨랐다.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릴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차마 시간을 더 달라고 조르지는 못하지만, 같은 시간이라도 고무줄처럼 탄력 있게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손가락 사이로 금세 흩어져버리는 시간을 사금 줍듯 주워 하나로 뭉쳐보고 싶다. 두툼하게 뭉친 시간 덩어리 안에서 긴 글을 한 호흡으로 써보고 싶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이미 스르르 감긴다. 낮에는 그토록 잘게 흩어져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던 시간이 하나의 까만 덩어리로 딴딴하게 뭉친다. 글 대신 긴 꿈을 한 호흡으로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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