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려한 타협들이 공들여 쌓은 탑들을 무너뜨린다
오늘도 <여백을 채우는 사랑>의 글 중 일부를 필사해 올린 피드를 보았다. 꾸준히 필사해 글을 올리는 모습에서 어떤 경건함마저 느꼈다.
나 역시 책을 쓰기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필사를 했었는데. 돌아보니 최근 두어 달은 단 한 편도 필사한 적이 없다.
(필사에 관한 글을 읽기 원하시면)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50
이제 필사 없이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 따위가 생긴 건 분명 아니다. 매일 하던 일을 그저 하루 이틀 빼먹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매일의 습관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몸이 아팠고 다른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나, 아주 작은 틈 하나만 있어도 거대한 댐은 무너진다. 매일매일 조금씩 쌓아 올리는 건 더디고 힘들지만, 무너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다.
무릎이 아파서 점점 걷지 않고, 걷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니 무릎이 점점 약해지는 악순환처럼. 연약한 나를 배려한다고 했던 타협들이 그동안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탑들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무엇이 진정 나를 위한 배려일까?
다시 시 한 편을 조용히 필사하기 시작한다. 무너진 잔해를 주워 다시 탑을 쌓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