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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30. 2021

글이 막힐 때는 시를 필사해요_<여백을 채우는 사랑>

이병일 시인의 추천사

편집자의 권유로 매일 시를 필사한 지 이제 1년이 넘었어요. 책을 위한 원고를 탈고하고 이제 출간 중임에도 시 필사하는 걸 멈추지 않고 있어요. 꼭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필사하는 게 글 쓰는 나를 움직인다는 걸 이제 알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읽었던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 김이설 소설가도 소설이 써지지 않던 나날들 시를 필사했다고 적고 있네요. 


브런치 작가 님들도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시를 필사하는 걸 추천합니다.


https://brunch.co.kr/@yoonsohee0316/475


그렇게 필사한 시들 중에 이병일 시인의 '빈집에 핀 목련'이 있어요. 묘사가 탁월하거든요. 몇 번이나 필사했는지 셀 수가 없어요.



빈집에 핀 목련 


-이병일

 

별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굴뚝 뒤편 하얀 종주먹을 움켜쥔 목련이 통통하다

찢어진 창호지문이 그 환함으로 저녁을 맞는다

우물에는 붙박이 보름달이 뜨고

기와지붕 위를 살랑살랑 걸어온 소소리바람이

속옷 드러낸 꽃망울을 한가롭게 간질여준다

달빛이 가지 끝마다 촛불을 피워놓고 간 까닭이다

누군가 따뜻한 손길로 초인종을 누르듯

한 줄기 빛이

잠자는 내 귓속에 푸른 음표를 불어넣을 때

바늘귀만한 꽃의 조리개가 쪽빛 하늘을 열어낸다

한꺼번에 피어오른 꽃향기가 사방으로 퍼져간다

돌담에 둥지 튼 들쥐들이

용마루에 걸린 보름달을 갉아먹는 새벽엔

문고리 그네 타는 소소리바람이 안개에 젖어 평화롭다

나는 촉촉한 햇살에게 문을 살포시 열어주고 싶다

앞 다투어 너푼너푼 날아드는 노랑나비떼들이

꽃방에 숨은 햇꿀을 배불리 빨아대고 있을 때

꽃송이를 받들던 잎자루의 산고가 시작된다

얼룩지는 꽃자리에 봄날이 휘청할 때마다

, 피어난 새싹들이 생글생글 웃어가고 

꽃문을 활짝 열어 보인 꽃방에선 작은 행성하나 자라난다



그런 시인의 추천사를 받았습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_이병일 시인 추천사


제가 쓴 문장들을 읽었을 뿐이지만 시인은 이미 저를 꿰뚫어 보고 있네요. 마지막 말씀을 응원 삼아 계속 써 보려고 합니다.


이 시간이 가장 설레지만, 또 가장 두려운 시간이기도 해요. 제가 쓴 글들이 독자들에 가서 닿을 때 어떤 반응을 끌어내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여백을 채우는 사랑>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읽어 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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