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 김이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김이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중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설사 시를 하나도 쓰지 못하고 필사만 하고 있을 지라도,
심지어 집안일에 치여 필사조차 못하는 밤이 이어질 지라도,
자기 자신마저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여길 지라도
언젠가는 일어나고
언젠가는 결국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필사조차 하지 못하고 스러지는 밤들이 많은 요즘이다.
주저 않지는 않으려고 한다.
‘소설, 향’ 시리즈를 나오는 대로 읽고 있는데, 점점 중편소설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
오늘은 그래서 그런 시를 쓰고 싶었다. 생의 끈질긴 얼룩과 여름 소나기에 대해서, 그 소나기 끝에 피어오르는 흰 구름에 대해서. 나는 지금 여기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언젠가 배차 간격이 넓고 승객도 드문 데다 목적지도 낯선 버스에 불쑥 올라타게 된다 해도, 우리는 정류장에서 기다렸던 시간을 함께 태워서 떠날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게 된들 우리가 만든 문장은 이미 몸에 배었으니 값없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구병모 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