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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31. 2021

혹독한 출간 여정:<여백을 채우는 사랑 4

퇴고, 이 정도면 되겠지? 절대 안 돼!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48


2020년 6월 말, 편집자는 두 달을 주며 자유롭게 90편을 써 오라고 주문했어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내 글을 쓰는 거예요. 그야말로 의기충천! 단숨에 좋은 글로 책 한 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죠. 코로나 19는 여전했지만, 좋은 글을 위해 심지어 한 달 여행도 감행했어요. (여행 중 브런치 북 한 권 만들었어요.)


https://brunch.co.kr/brunchbook/pandemictravel


사실 매년 7월이 오면 두 아이를 데리고 한 달씩 여행을 떠나곤 했어요. 2014년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2015년에 프랑스, 2016년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2017년에 웨일스, 2018년에 월드컵을 보러 러시아를 들러 체코와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2019년에 하와이. (언젠가 여행 에세이도 정리해 내고 싶어요. 특히 남편 없이 아이들 데리고 여행해볼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서요.)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 19로 사정이 달라졌잖아요. 해외여행은커녕 집 밖으로도 잘 나가지 못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시기니까요.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몇 년째 이어오던 아이들과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낯선 곳에 가고 싶었어요. (물론 일상에서 ‘낯설게 보기’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저는 낯선 길에서 생각을 건져 올리는 편이에요.) 


결국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전라도 한 달 여행을 감행했어요. 타국 생활 15년 째라 두 아이 모두 타국에서 출생해 지금까지 자랐으니,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싶기도 했고요. 두렵고 떨림으로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낯선 길 위에서 글 몇 편을 건져 올렸어요. 예를 들면 <여백을 채우는 사랑>에 실린 에세이 중 ‘땅끝’과 ‘수국’은 해남에 머물 때, ‘여행의 자리’는 정읍에 머물 때 쓴 글이에요.


약속대로 9월 초 편집자와의 미팅 때 에세이 90편이 담긴 초고를 제출했죠. 결과는 처참했어요. 깐깐한 편집자의 심사를 통과한 글은 3분의 1이 채 안 됐으니까요. 그 후 통과 못한 글들을 다시 퇴고하기로 하고 2,3주 간격으로 미팅을 했어요. 산만한 저로서는 퇴고하는 시간이 지옥 같았거든요. 차라리 그 시간에 초고를 쓰라면 여러 편을 쓸 수 있겠지만, 같은 문장을 보고 또 보며 집중해야 하는 퇴고는 너무도 고통스러웠어요.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편집자에게 보이면,

"절대 안 돼! 다시!” 하며 원고가 되돌아오곤 했어요.


매번 미팅 때마다 몇 편씩의 글이 통과되며 고치고 고치는 지난한 작업을 거의 넉 달 정도 이어갔어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지금은 알아요. 그리고 나 스스로도 포기하고 싶은 글을 고치고 다듬도록 집요하게 요구한 편집자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최연 편집장을 만난 건 오랜 기도 끝에 받은 응답이었습니다. 내 글을 알아봐 주고, 또 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편집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응답은 내 기도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산만한 내게 가장 필요한 집중과 끈기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끌어내 주었습니다. 때로는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설레는 계절에 태어나서인지 잘 녹이고, 잘 간질이고, 잘 흔들고, 새로운 일을 저지르는 데는 선수지만, 거두고 마무리하는 일에는 소질도 흥미도 없었습니다. 그는 이런 내가 달아나지 않고 같은 문장을 수백 번 고칠 수 있도록 내 발을 진득하게 땅에 붙여준 사람입니다. 내 글의 여백을 가만히 채워준 편집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 에필로그 중


에필로그에 쓴 감사의 말은 진심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소중한 원고를 투고할 출판사를 고르실 때 출판사의 규모나 마케팅 능력 등을 많이 보시죠? 혹독한 출간 여정을 겪으면서, 그보다는 작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작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는 편집자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번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이 책을 끝으로 작가의 길을 접을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위해 귀한 훈련을 해준 편집장님은 제게 영원히 은인입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 - 알라딘, 예스 24,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 - 인터넷 교보문고 예약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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